[이게 불편해요]공항택시승차, 가까운행선지 「바늘방석」

  • 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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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신월3동에 사는 회사원 김장훈씨(43)는 출장에서 돌아와 김포공항에서 택시를 탈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집이 공항에서 가깝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 때문이다.

공항청사 앞 승차대에서 택시에 올라 행선지를 말하면 순간적으로 운전기사의 안색이 변한다. “신월동이요? 에이 오늘 재수가…”라고 운전기사가 투덜대도 못들은 척 창 밖만 바라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공항에서 2시간을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까운 데를 가자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운전기사가 불평하면 “미안하다. ‘따블’로 주겠다”고 달래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동안 택시 좌석이 ‘바늘방석’ 같지만 마땅한 버스노선이 없고, 짐이 있어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탈 형편도 못되기 때문에 김씨는 ‘곤욕’을 감수하면서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서울의 양천 강서 마포 구로구 등에 사는 공항이용자들이 대부분 겪는 일이다.

그렇다고 짜증내는 택시기사만 탓할 수도 없다.

공항에 들어간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나오려면 승강장에서 수백m씩 줄을 서 2,3시간을 기다리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D택시 운전기사 박청명씨는 “몇 시간 기다린 끝에 떠날 차례가 됐는데 강서구 신월동이나 화곡동 처럼 가까운 곳에 가자고 하면 맥이 탁 풀린다”고 말했다.

승객과 기사를 모두 짜증나게 하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일부 공항이용객들은 “단거리 승객을 위한 택시승차장을 따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어차피 승객을 내려 놓은 뒤 기다리지 않고 빈차로 나가는 택시가 많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갈 승객은 이같은 ‘통과 택시’를 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항관리공단측은 “단거리승객들의 불편이 딱하기는하지만 청사 앞 도로 여건상 따로 승차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항이용객들은 “청사 앞에 마땅한 공간이 없으면 공항에서 나가는 길목에 승차장을 만들고 공항내부순환버스(무료)가 그 곳에 서게 해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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