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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5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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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 대해 긍적적인 편이다. 기술은 다양한 도전에 인간이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며 기술 발전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자선에 관한 내 철학은 혜택을 보다 빠르고 넓게 전파시키자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교육과 기술, 의료 등에서의 발전을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세계의 어린이들은 그들이 어디에 살고 재산이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현대 의학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그들의 경제적 환경에 상관없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개도국 어린이 백신지원 프로그램이나 도서관에 PC를 기증하는 작업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보다 윤택하게 살아가도록 의도된 것이다.
에이즈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 퇴치에 효과적인 의료품 개발 잠재력은 생물공학의 발전 덕택에 5년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앞으로 20년 이내에 많은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이 개발될 전망이다. 지난 25년간 사람들의 건강은 백신 덕분에 크게 향상됐다. 70년대 세계 유아사망률이 현재의 두배였던 것은 대다수 국가의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린이 백신 프로그램 재단을 설립한 이유는 극빈국 어린이에게 보다 빠르게 백신을 전달하고자 한 목적에서다. 개인 돈을 이보다 더 좋은 일에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인터넷이 기본 교육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나타날 격차가 걱정이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려는 것이 게이츠교육재단의 근본 목표다. 게이츠교육재단은 집에 컴퓨터가 없는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전자정보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지금까지 28개국 1천3백여개의 도서관과 협력해왔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더 많은 국가로 넓히는 한편 도서관 이외의 분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도서관 지원사업으로 내 자신이 1세기전 자선기부로 2천8백개 이상의 도서관을 세운 앤드루 카네기와 비교되기도 한다. 현재 게이츠교육재단이 주로 하는 일은 카네기가 세운 도서관들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부자는 사회 재산의 관리인에 불과하며 남을 위해 현명하게 돈을 사용하는 것이 부자들에게 주어진 도덕적 의무”라고 카네기는 말했다. 카네기는 “자선기금은 돈을 번 사람이 쓸 때 가장 값어치있게 사용된다”고 주장했으며 “부자로 죽는 사람은 불명예스럽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카네기는 또한 모든 사회가 책을 접할 수만 있다면 사회개혁 작업이 수월해진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의약품과 정보기술에 대해 카네기와 공감한다. 현재 사회는 전대미문의 변화 끝에 서있다. 그리고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나눠가지도록 기다릴 여유가 없다. 나는 스스로를 사회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 있어 결정적이고 희망찬 시기에 내가 이러한 지위(집사)에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대단한 명예라고 생각한다.
〈정리〓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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