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생명산업」농업에 정책배려를…

  • 입력 1999년 1월 27일 19시 07분


지금 우리 농업은 외우내환(外憂內患)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시대를 맞아 미처 경쟁력을 갖출 겨를도 없이 외국 농산물에 맞서야 하며 특히 IMF사태로 경영비 부담은 크게 늘고 농산물 소비까지 위축되는 등 3중고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지난해는 ‘경제위기’라는 인재(人災)위에 ‘자연재해’라는 천재(天災)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시련과 고통이 컸다.

생명산업 환경산업 전통문화 보존산업 등 농업의 다양한 비교역적(非交易的) 공익기능은 아예 무시되고 단순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농업경시, 무용(無用)풍조까지 만연되고 있어 농민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다. 우리 농업과 농민은 언제까지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만 할까. 농업은 정말 전근대적 후진국형 산업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농업을 보는 시각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은 국민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일찍부터 농업을 생명산업으로 여기고 모든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는데 비해 후진국들은 아직도 산업화의 걸림돌쯤으로 생각한다. 굳이 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요 농산물 수출국은 대부분 선진국이고 개발도상국들은 농산물 수입국으로 전락해 가고 있지 않은가.

UR협상 이후 미국은 자국 농가에 농업소득의 15%를 보조금으로 직접 지불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이 보조금 규모가 농가 호당 농업소득의 50%나 된다. 이렇듯 엄청난 정부의 지원과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농업과 농민을 도움만 받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말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비록 선진국처럼 농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총체적인 지원을 펴지는 못할지라도 더 이상 수지가 맞지 않는 농업을 포기하고 그 땅에 공장을 세우는 편이 훨씬 낫다는 비교우위론만은 절대 들먹여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농업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4만원에 사먹는 쌀 한 포대가 농업의 또 다른 공익기능을 감안한다면 1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심규보(농협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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