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하태원/운동권출신의 「검사 꿈」

  • 입력 1999년 1월 4일 19시 10분


지난해 인천검찰청 형사4부장실에서는 의미있는 만남이 있었다. 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중인 문광명(文光明·30)씨와 인천지검 형사4부장 박한철(朴漢徹)검사의 만남이 그것이었다.

문씨는 학생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89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노태우(盧泰愚)당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를 주장하고 남북학생회담 등을 추진한 혐의로 서울지검에 구속돼 징역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물. 박검사는 당시 서울지검 공안2부 검사로 문씨의 수사를 맡았다.

문씨가 인천지검에 검사시보로 수습을 하러 갔다가 박부장검사를 만난 것. “설마했는데 솔직히 반가웠습니다.”

문씨의 수습생활을 지켜본 박검사는 ‘사리가 분명하고 결단력이 있다’며 문씨에게 검사의 길을 권했다.

12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문씨는 박검사의 격려와 추천에 힘입어 법무부에 검사임용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문씨는 “검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을 때 ‘전공인 러시아어의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학생운동이냐’며 핀잔을 주던 검사님의 모습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며 “박검사와의 첫만남이 그후 인생진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훌륭한 검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문씨의 경우 93년 사면 복권으로 공무원 임용에 외형적인 결격사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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