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간복제와 생명윤리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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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한히 복제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있음직한 가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것도 국내 의료진의 기술로 가능하게 됐다. 연구목적이 장기의 복제에 있다고 하지만 이 실험이 대부분 병의원의 불임클리닉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꺼림칙하다. 인류사를 돌이켜 볼 때 악용소지가 있는 과학기술의 개발이 윤리적 기준에 의해 제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예사로 보여지지 않는다.

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 연구팀이 성공한 인간세포 배아단계 복제 시도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우선 세계에서 두번째로 이 기술을 시현했다는 점에서 국내 의학기술의 일대 개가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발전시킬 경우 각종 난치 불치병의 치료가능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장기가 손상돼 이식 이외의 방법으로는 영원히 회생할 수 없는 많은 사람에게 복음과 같은 소식이다. 생명공학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선물이 무한함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하겠다.

문제는 이 기술이 자칫 인류전체에 몰고 올 엄청난 재앙과 혼란에 있다.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가 결합해야만 새로운 생명이 잉태될 수 있다는 기존의 의학적 진리는 깨졌다. 한마디로 조물주가 창조한 인간과 전혀 다른 개념의 인간이 창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주문생산까지 가능한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전율할 일이다. 개발된 기술이 실현될 경우 인간의 존엄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사회적 혼란도 불을 보듯 훤하다. 다양한 인간이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 사회인데 특별한 능력과 특정한 성격의 인간들만 존재하는 세상이 된다면 갈등은 심각해진다. 가족개념과 친인척간의 관계도 모호해져 세상은 온통 혼란 속에 빠지고 만다.

인류를 에너지문제에서 영원히 해방시켜줄 것으로 기대됐던 핵기술은 인류의 멸망을 예고하는 핵폭탄을 잉태했다. 평화적 목적으로 개발된 과학기술이 어떤 불행을 수반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진행되는 과학기술의 개발이 항상 인간복지와 행복지수를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또다른 모습으로 인류에게 다가오는 재앙을 막기 위해 인간복제 기술의 개발 및 적용이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정부의 강제수단 없는 인간복제실험 금지 지침은 차제에 법제화되어야 한다. 종교계와 의학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규제의 대상과 범위 그리고 기준을 명백히 해야 한다. 제한된 일부 장기의 복제 이외에는 철저히 막는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명백히 예견되는 가공할 상황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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