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간이정류장 주변식당,고속도 음주운전 부추겨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운전자들이 잠시 핸들을 놓고 쉬어 가도록 만든 고속도로 간이정류장이 ‘악용’되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이 이곳에 차를 세워놓고 도로 밖으로 나가 식당이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뒤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7일 오후 11시경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오산 인터체인지 근처에 있는 부산리 간이정류장. 화물트럭 20여대와 승용차 3대가 주차돼 있었지만 차 안에서 쉬고 있는 운전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고속도로 밖으로 나가 샛길을 따라 20m쯤 걸어가자 5, 6군데 식당이 보였고 운전자들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운전자 중 절반 정도가 반주로 소주를 마셨다. 이곳의 식당은 방음벽 때문에 고속도로 안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얼핏보아도 술을 꽤 많이 마신 것 같은 운전자들도 식당을 나서 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시동을 걸고 떠났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오산과 안성 사이의 외가천 간이정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 식당에서 불고기 백반에 소주를 마시고 있던 화물트럭 운전자 김모씨(40)는 “술을 마시고 차에서 한숨 잔 뒤 운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배달시간에 쫓겨 술에 취한채 운전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식당주인 한모씨(51)는 “기사들이 한 두잔은 괜찮다며 술을 요구하면 안줄수가 없어 술을 판다”고 말했다.

8일 오전1시경 충북 옥천군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화물트럭이나 승용차 운전자들이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운뒤 휴게소로 들어가지 않고 지하도를 건너 고속도로 건너편 식당으로 들어갔다. 휴게소 보다는 20여개 식당이 몰려있는 이 곳에 손님이 더 많았다. 휴게소 주차정리요원은 “오후 9시 이후 이곳에 들어오는 화물트럭 운전사는 대부분 도로 건너편 식당으로 가 술을 마시고 온다”며 “최근에는 건너편 식당을 이용하는 승용차 운전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에서의 음주운전은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97년 한햇동안 분명한 음주운전사고로 드러난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모두 2백46건. 이 사고로 19명이 숨지고 4백37명이 다쳤다.

교통전문가들은 97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7천2백건(사망 9백34명, 부상 1만5천명)가운데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상당수 사고가 음주운전 사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도의 경우는 음주운전 가능성이 고속도로보다 훨씬 더 높다. 국도변에는 여기저기 식당이 널려 있고 주인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운전자들에게 술을 판다.

경기 고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심야에 국도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워낙 빨리 달리기 때문에 단속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통전문가들은 “97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차량통행이 적은 0∼2시 사이의 교통사고(4천2백건)가 출근시간대인 오전6∼8시 사이의 사고(3천5백건)보다 오히려 많다”며 “이는 과속과 음주운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병기·이명건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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