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프랑스서 한국식으로 운전했더니…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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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을 잘 지키면서 웬만하면 양보를 하는 유럽의 교통문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기자는 하옥현 경찰청 파리 주재관과 함께 ‘현장 실험’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식’으로 운전을 할 때 파리의 운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알아본 것.

먼저 샹제리제 등 파리의 중심가를 달리면서 계속 차선을 바꿔보았다. 방향지시등을 켜 차선변경 의사를 나타내면 대부분의 차량이 즉시 속도를 줄여 우리 차가 끼어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파리의 운전자들은 옆 차선이 좀 여유가 있더라도 차선을 수시로 바꾸지 않기 때문에 우리 차는 다른 차량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이렇게 10분쯤 달렸을까.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발로 우리 차의 옆 문을 ‘꽝’차고 지나갔다. 또 옆 차선에서 달리던 운전자들이 기분나쁜 눈초리로 우리 차를 쳐다보았고 어떤 운전자는 연신 경음기를 눌러댔다.

결국 ‘상습적인 끼어들기’를 범죄시 하는 이같은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더이상 차선을 바꿀 수 없었다.

또 다른 실험.

파리의 로터리에는 신호등도 차선도 없다. ‘우측진입차 우선’이라는 원칙하나로 교통질서가 유지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차가 이런 원칙을 깨고 갑자기 끼어들자 순식간에 로터리 교통질서가 엉망이 됐다. 다른 차들도 먼저 가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로터리의 차량흐름이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것.

두가지 ‘실험’을 마친 뒤 하옥현 주재관은 “파리의 교통문화는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약속을 지킨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한국도 하루빨리 이런 사회적 믿음을 구축해야 교통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병기기자〉watchdog@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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