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람들]『같은 단지에 棟이름은 제각각』

입력 1998-12-06 19:21수정 2009-09-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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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쌍용―신성―신안―진흥아파트에 삽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은 이렇게 ‘길게’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 아파트 이름이 당초 시공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기 때문. 주민들이 받는 관리비고지서에는 매번 이처럼 긴 이름이 적혀 있으며 전기 전화요금 등 공과금고지서에는 아예 ‘신성―신안아파트’로 줄여 불리고 있을 정도.

최근 여러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등장하면서 ‘길다란’ 이름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

동벽면마다 각기 다른 아파트 이름이 쓰여 있어 외부인의 경우 단지 초입의 아파트 이름 한 두개만 살피고는 다른 곳으로 착각해 발길을 돌리기 일쑤라는 게 주민들의 푸념이다.

이같은 불편은 건축물관리대장에 기재된 시공업체의 이름들이 빠짐없이 등기부등본에까지 옮겨지기 때문. 입주자대표와 건설사간의 협의에 따라 등기 단계에서 단일한 이름을 등록하는 방법이 있으나 자사 브랜드 홍보의 강력한 수단인 아파트 이름을 건설업체가 양보하는 경우는 드물다. 입주자들도 사용검사승인 등 건물의 안전성에만 관심을 쏟고 아파트 이름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이름을 하나로 통일한 경우도 없지 않다. 경기 군포시는 토지조성 등 기초단계에서부터 건설사를 설득해 ‘매화’ ‘목련’ 등 꽃이름이나 ‘우륵’ ‘소월’ 등 선인(先人)의 이름 등 우리식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단일화 했다. 또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 처럼 벽마다 따로 붙은 건설사 이름에 따라 부녀회와 동대표들까지 ‘편가르기 현상’이 심화되자 결국 주민들이 나서서 통일한 경우도 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이모씨(39)는 “한 단지인데도 동별 건설사에 따라 입주자를 차등시하는 잘못된 시각 때문에 주민간에 반목이 심했다”며 “이름을 통일하자 위성방송업체 선정을 두고도 대립하던 주민들이 기적처럼 결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로 남는 것는 등기. 행정 관청의 양해 아래 ‘외형상’ 개명에 성공했다하더라도 등기부등본상의 이름까지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거문화 21운동본부 김성기(金成基)본부장은 “주민들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체가 건설사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의식을 갖고 아파트 이름 ‘단축’에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주민 공모를 통해 정감있는 이름으로 통일해 등기이전을 하도록 하는 게 좋을듯 하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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