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군포로 생전에 데려오자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04분


정부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1백36명의 국군포로 신원을 확인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꼭 해야 할 일이었다. 그동안 국가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진작 서둘렀어야 할 일을 45년이 지난 이제야 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 포로가 된 젊은이들을 방치한다면 국가위기가 닥쳤을 때 누가 몸던져 싸우러 나서겠는가. 미군 유골 한 조각이라도 발굴하고 송환협상에 적극적인 미국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그동안 직무유기 상태였다.

국군포로는 생환자 3명이 모두 전사자로 처리됐었다는 사실만 봐도 미확인 생존자가 아직 많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는 더 많은 생존자를 알아내기 위해 계속 힘써야 한다.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북측에 완벽한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서는 송환협상이 어렵기 때문에도 그렇다. 국군포로가 이른바 ‘사회주의화 학습’을 통해 북한 체제의 공민이 됐다고 북한 당국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도 북측 주장은 온당하지 않다.

국군포로는 거의 아오지탄광 같은 열악한 작업장에 보내졌다는 것이 생환자와 귀순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에서 교육 취업 의료혜택 등 모든 주민 생활을 좌우하는 것은 당성과 사회성분이다. 국군포로는 가장 불리한 사회성분으로 취급됐다는 점에서 국제기구에 인권문제로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군포로 2세가 그 ‘성분’때문에 당해왔다는 인권박탈도 가슴아픈 일이다.

북에 살아 있을 국군포로들은 70세 전후의 고령이다. 생전에 시급히 송환을 실현시키려면 그 시급성에 걸맞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대북경협과의 연계를 비롯해 미전향장기수와의 맞교환이나 과거 동서독 정치범 송환협상 방법 등 모든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45년이나 된 전쟁포로를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억류하고 있는 체제라는 비난이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오래 된 전쟁포로는 인도주의적 인권문제를 야기하는 이산가족에 해당한다.

유엔 인권위 소위원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 8월 북한 인권문제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 결의안은 유엔 인권위에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라는 권고를 담고 있으며 한국은 현재 발언권을 가진 인권위 회원국이다. 4자회담이나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남북간에 인도주의문제가 논의된다면 맨 먼저 이들 이산가족이 된 국군포로의 송환문제가 다루어져야 한다. 직접협상이 늦어진다면 유엔이나 국제인권단체에 제기하는 방안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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