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원/북한 핵의혹과 클린턴의 구상

  • 입력 1998년 11월 20일 19시 14분


코멘트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이라크문제가 터지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가를 취소했으나 한국방문은 예정대로 진행, 20일 저녁 서울에 도착했다. 클린턴대통령의 전격적인 한국방문을 놓고 초기에는 한미통상 해결 차원일 것이라는 경제적 분석이 유력했지만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핵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2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클린턴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떠한 구상을 가지고 있을까. 16일부터 18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카트먼특사는 이번 방북 결과를 일본에서 클린턴대통령에게 직보했다. 카트먼특사는 19일 서울에서 가진 내외신기자회견에서 방북중 핵시설 관련증거를 확보한 금창리 지역의 사찰을 북측에 요구했으나 북한은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며 사찰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한 사찰은 1994년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한 제네바 협약에 따른 후속조치다.

8월 뉴욕타임스가 북핵시설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뒤 다시금 북핵문제가 제기됐으며 북한 미사일(인공위성)발사에 이르러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었다. 북한은 양국협약에 의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부터 경수로사업을 지원받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연간 50만t 규모의 중유를 보장받았으며 수십만t 규모의 곡물을 지원받고 있다. 또한 현대그룹의 금강산 프로젝트로 9억달러 이상을 받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 제3의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며 미국의 핵시설 사찰 제안을 내정간섭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사찰과 관련해 미국 측이 제네바 합의문을 어겼다며 제네바 협약 파기까지 시사하고 있다.현재까지 진행된 대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예측 방향은 크게 4가지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첫째,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둘째, 북한은 현재 은밀히 핵을 개발하고 있다. 셋째, 북한은 최소한 1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넷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기반으로 향후 핵무기를 대량 생산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생각할 수 있는 대북 핵정책의 시나리오는 3가지이며 이중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향후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

첫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면서 계속적으로 핵무기를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북한의 움직임을 무시한다. 둘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북―미(北―美)간의 직접적인 협상이나 중재자를 통해 핵개발을 저지한다. 셋째, 가능한 모든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불가피하다.

미국내 북한전문가들 가운데는 북한이 최소한 1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예측대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1년 이내에 다량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 때문에 북한이 계속 시간을 끌면서 사찰을 거부한다면 북한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북―미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문제에 대한 강경론과 온건론의 대립이 극에 치닫고 있다. 의회는 미행정부에 내년 봄까지 북한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명쾌한 해답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에는 미국의회는 대북한 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제네바 협약이 무효화되고 북―미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하게 되고 한국안보는 위험수위를 넘게 될 것이다.이러한 시점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인만큼 양국정상은 확고한 대북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김정원(세종대교수·미국변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