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박재규/『神뜻대로…』느긋한 파키스탄인

  • 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05분


파키스탄사람들은 매우 여유가 있으며 서두르는 법이 없다. 얼마전 정부의 고위관리를 저녁에 집으로 초대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인 8시에서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9시가 되자 우리는 약속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우리끼리 먹기로 했다. 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정중한 사과를 기대했지만 “우리가 좀 늦었지요?”하는 간단한 인사가 전부였다. 이제는 나도 리셉션이든 저녁약속이든 약속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집에서 출발한다. 또한 이 나라에서는 옷은 두벌만 있으면 걱정이 없다. 파키스탄사람들은 대부분 셀와르 카미즈(여자용은 부르카)라 불리는 ‘전천후’바지와 상의를 입는다. 양복도 입기는 하지만 80%가 카미즈를 입고 있다. 먹는 것도 하층민일 경우 전통빵과 카레, 약간의 곡물과 야채가 든 식사 한끼에 10루피(약2백50원)면 된다. 대형 병원이나 공공건물 공원벤치에서는 많은 사람이 노숙을 한다. 추위에 얼어 죽을 염려가 없으므로….

파키스탄은 5월 핵실험을 통해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이 되었다. 그로 인한 서방측의 경제제재조치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나빠지고 있다. 물가는 뛰고 수출은 안되고…. 그런데도 국민은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그것도 신의 뜻이라 생각하는지 기도시간만큼은 어김없이 지키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광활한 국토, 1억3천만명의 인구를 지닌 파키스탄이 경제난에서 벗어나 한국과 보다 활발한 교류를 하게 되기 바란다.

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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