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중국集安의 고구려 유적

입력 1998-11-03 19:09수정 2009-09-24 21: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평양성(平壤城) 한성(漢城)과 함께 고구려 삼경(三京) 중 하나인 국내성(國內城)에는 고구려 전기의 최대 도읍지답게 주변에 수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북한지역의 평양성 한성은 쉽게 갈 수 없지만 국내성 유적이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를 가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구려인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해 장군총 무용총 장천(長川)1,2호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구려 유적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장천 1,2호 고분의 행렬도와 수렵도 등이 통째로 도굴당했다는 뉴스의 기억이 생생한데 최근 현지 조사결과 여전히 고구려 유적들이 파손되고 방치돼 있다는 보도다. 허물어진 국내성 성벽 주위에는 노점상들이 자리잡았고 장군총은 장대석이 밀려나와 곧 무너져내릴 것 같으며 태왕릉은 잡초로 뒤덮여 폐허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장천고분 벽화가 도굴당하자 작년 한때 범인 색출은 물론, 이 일대 고구려 유적 보호를 위해 중국정부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의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뤄진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중국은 고구려를 당시 중국의 변방국가로 취급, 공개된 고분의 벽화 곳곳이 하얗게 곰팡이가 슬어도 대책은커녕 무관심할 뿐이다.

▼한(漢)나라의 것이든, 고구려의 것이든 문화재는 인류가 남긴 유산으로 똑같이 중요하다. 자국에 있는 문화재가 잡초로 덮여 있고 곰팡이가 슬어 있다면 문명국가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지안의 고구려 유적보호를 위해 한국과 중국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유네스코의 중재를 요청해서라도 더이상 훼손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