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外資마저 안들어 오면

동아일보 입력 1998-09-08 18:37수정 2009-09-25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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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의 유입이 큰 폭으로 줄었다. 수출이 부진한 판에 외국인들의 투자마저 줄어든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돈이 안들어 오면 그 많은 나라빚을 어떻게 갚아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 한번의 환란을 겪지 않으려면 외자유치가 잘 안되는 이유들을 서둘러 점검하고 정교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달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직접투자한 자금의 규모는 7월(12억4천만달러)의 33% 수준인 4억1천만달러에 불과했다. 한달 사이에 줄어도 너무 줄었다. 이래 가지고는 올해 목표로 했던 1백억달러 외자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환란 이전인 작년의 69억달러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각종 제도를 외국인 위주로 개선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왔지만 효과가 안 나타난 것이다. 외자유치 목표는 올해 꼭 필요한 외화 규모를 감안해 설정된 것인 만큼 달러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외국인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내기업에 대한 사업성 평가방식이 다른 것도 그 중 한 요인이지만 영향은 크지 않다. 지난달에 있었던 현대자동차 분규사태가 정치권의 개입으로 변칙처리된 것도 한 몫을 했다. 노동시장이 유연성을 갖지 못하면 외자유치는 어렵다. 외국 투자가들은 또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이 투자의욕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거품에 싸여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판에 개혁의 선두에 서야 할 국영기업(정부투자기관)의 구조조정이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특위의 의견을 수용해 정부가 공기업 인원조정의 시기를 늦추고 인원감축 규모를 줄인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노사문제에 있어 정부가 조용하고 원만한 타협만 선호한다면 전체 국가경제를 위한 처방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 개혁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민간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줄까 걱정이다. 이런 태도는 외국인 투자를 오히려 쫓아내 경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때마침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금리가 내리면 미국 자금시장의 달러가 투자할 곳을 찾아 외국으로 떠나게 된다. 우리로서는 외자유치에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외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더욱 다부지게 대비해야 할 때다.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서둘러 구조조정을 실천토록 정부가 강력하게 독려해야 한다. 이에 앞서 정부부터 확고하고 끈기있게 경제정책을 집행하겠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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