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원철/물난리 대책은 없나?

  • 입력 1998년 8월 10일 19시 27분


기록적인 호우다. 재해로 인한 아픈 가슴을 누르며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번 호우재해의 1차 원인은 지구환경의 불균형화와 대기의 불안정으로 인한 국지적인 집중호우에 있다. 이러한 지구환경적인 원인은 차치하더라도 2차적인 원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번째가 하천관리상의 문제다. 하천은 물길이다. 물이 흘러야 할 공간에 다른 것들이 있으니 문제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의 수입증가등을 위해 하천복개나 도로개설등으로 강폭을 줄이고 물길을 차단하거나 어렵게 하였으니 물이 갈 길은 하천 바깥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하도내의 각종 공사는 그 공기(工期)선정에 매우 신중해야 함에도 장마철까지 공사를 하면서 비가 안오기만 바라고 있으니 전문성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물길을 되살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너무나 평면적인 도시계획에 문제가 있다. 각종 재해에 강한 도시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개념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상습침수지역의 개선을 위해서는 지반 자체를 높이거나 슈퍼제방 축조, 양수시설을 포함한 내배수시설의 강화 등 국가차원의 계획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내배수처리의 불량도 문제다. 특히 도시하천에서 빗물과 하수를 내보내는 우수배제관망(雨水排除管網)을 계획할 때는 배수유역전체에 대한 영향 분석이 필요하다. 도시 하천이나 산간의 소하천을 개수할 때는 그 하류부에 미칠 영향도 반드시 분석해야 하는데 관련기관이나 용역전문기관에서는 돈 덜드는 안이한 계획과 보기좋은 조경중심의 설계만 내놓고 있으니 큰일이다.

양수시설도 수시로 점검 가동해 필요할 때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에 충분한 재원을 들여야 한다. 이번 수재(水災)에서 필요할 때 양수기가 가동되지 않거나 양수기가 있는데도 때를 놓쳐 시설 전체가 침수된 지하차도의 경우는 완벽한 인재(人災)였다. 지하철의 환기구와 출입구의 높이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왔다. 지금이라도 이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경비와 이번의피해액을진솔하게비교해 새로운 자세를가져야할것이다.

재해에 대한 시민의식도 문제다. 재해 재난의 경감 또는 방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 민주시민이다. 물이 가득한 도로나 저지대를 차량으로 지나가려다 꼼짝 못하게 된 무모함은 ‘나만은 괜찮다’는 의도적 불감증의 전형이다.

시민의식과 관련해 도로 항만 상하수도 등을 지칭하는 ‘사회간접자본(SOC)’이라는 용어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장 이익이 안난다고 해서 사회간접자본이라는 소극적인 개념을 써서는 ‘(국가)사회기반시설’을 제대로 구축할 수 없다. 이를 (국가)사회기반시설이라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용어 하나에서부터 시민교육 효과를 기대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방재 안전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실시돼 유사시에는 시민들 자신이 가족과 이웃을 재난에서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방재의 기초는 기상예보와 국토관리, 특히 하천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보다 신속하고 정확 정밀한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슈퍼컴퓨터와 기상레이더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초 장비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아직도 도입하지 못한 실정에서 기상청에만 책임 추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난시 ‘상황관리’의 목적을 실시간 ‘호우관리 정책결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개선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는 피해의 집계와 보고 기능만 돋보이는 아쉬움이 있다.

재해 재난은 지역적 특성이 매우 강하며 그 대책은 시설 및 인구 고밀화와 경제집중 등 사회구조의 급변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이해하고 근원적이며 실현가능한 대책을 수립하는 연구활동의 강화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아직은 낭비라는 정책결정자들의 생각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특별재해발생지역 선포에 의한 지원도 한시적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상습침수지역 등에 대해서는 장기적 개선안이 필요하다. 재해 재난관리는 최근에 와서야 예방위주의 관리정책으로 전환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예방 위주의 정책시행에는 시간과 전문인력 및 재원이 필요하다. 장기간이 요구되며 가시적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사회기반시설사업에 대해 시민은 물론 언론도 너무 무관심하고 때로는 혹독하다. 1,2년 안에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에만 박수를 보내고 수십년 수백년을 내다보는 정책에는 냉담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 총체적 가치관이 바뀌어야 재난방지를 위한 건전한 정책개발과 수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조원철(연세대교수·국립방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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