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양쯔강 범람위기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51분


중국 양쯔(揚子)강이 계속되는 호우로 범람하고 있다. 벌써 2천5백여명이 사망 실종했고 가옥과 농경지를 잃은 수재민이 3억여명에 이른다는 보도다. 강의 수위가 위험선을 넘자 지류 11곳의 제방을 폭파했는데도 본류가 둑을 무너뜨렸다. 폭파된 곳으로 빠져나가는 물보다 강우량이 더 많은 탓에 강물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5일에도 비가 계속 내려 큰 재난이 우려된다.

▼양쯔강 유역은 중국 곡물의 거의 절반을 생산해내는 거대한 곡창지대다. 특히 쌀은 중국 총생산량의 70%가 이곳에서 나온다. 그밖에도 밀 보리 옥수수 콩 등 다양한 농작물이 자라는 식량공급지다. 농업뿐만 아니라 상하이(上海) 우한(武漢) 난징(南京)같은 상공업 도시가 발달한 지역이다. 이곳의 농업 및 제조업이 중국 총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는 점도 양쯔강 치수(治水)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치수는 농경생활과 역사를 같이한다. 고대문명과 통치권의 발생은 바로 이 치수에서 시작됐다.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고 저수지를 건조해 농사철 물을 대주어야 농경사회 통치자가 신뢰받았다. 기원전 2백여년부터 1960년까지 1천30번 이상의 대범람이 있었다는 중국공식기록도 치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양쯔강은 평균 50∼55년만에 한번씩 범람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대범람의 위기 속에서 인구와 공업시설이 밀집된 대도시쪽 강둑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도시들이 자진해서 제방을 폭파했다고 한다. 국가차원에서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작은 희생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로선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포기하는 살신성인이다. 수재로 중국경제가 휘청거릴 경우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뒤따를지 모르고 우리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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