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악조건속 안전운전]고속도선 『한길로』

  • 입력 1998년 7월 26일 20시 06분


호주에 사는 교포 조경업씨(26)는 호주의 유명한 자동차경주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이미 기량을 인정받은 카레이서. 얼마전 조국에서도 자동차경주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와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 그가 불쑥 이런 얘기를 했다.

“고속도로에서 이상한 일을 참 많이 겪었어요. 무슨 공사가 그렇게 많은 지 모르겠고, 사람들은 또 왜 그렇게 차선을 자주 바꾸는 지…. 모두들 술 취한 사람들 같았습니다.”

호주에서 자란 조씨가 한국 사정을 잘 몰라 이런 얘기를 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운전자의 안전의식도 문제다.

우선 고속도로 자체의 문제. 조씨의 지적대로 보수공사가 그칠 날이 없다.

7월 8일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백양사 인근. 굽은 길을 막 돌아나오자 안내판도 없이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자 중 한사람이 신호봉을 들고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차하면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

경부 고속도로도 마찬가지. 대전구간은 몇달째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차로가 줄어드는데도 안내판은 고사하고 차선마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큰 곳이다. 11일 추풍령을 지나 대구방면으로 달리던 승용차 한대가 공사구간을 피하다 길밖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운전자들의 ‘위험운전’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인 1백㎞로 달리면 뒷차가 경적을 울리고 전조등을 켜는 등 난리가 난다. 또 추월차로는 이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앞에 가는 저속차량을 추월할 때만 잠깐 사용하는 것이 추월차로. 그러나 요즘은 추월차로와 주행차로를 왔다갔다하는 것이 고속도로 주행방식이 돼버렸다.

고속도로 사고는 속도가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4만6천4백52건. 이중 고속도로 사고는 7천1백69건으로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는 9백34명으로 전체 사망자(1만1천6백3명)의 8%나 된다.

거리당 교통사고 사망자를 따져보면 고속도로사고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가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해의 경우 국도 지방도 고속도로 등 전체 도로 10㎞당 사망자는 1.4명인 반면 고속도로는 5명이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고속도로 사고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96년에는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8천2백22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천1백69건으로 12.8% 감소했다. 또 사망자도 96년 1천82명에서 97년에는 9백34명으로 13.7% 줄었다. 무엇보다 버스전용차로제가 정착되면서 고속버스의 난폭운행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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