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에 등돌린 60%

동아일보 입력 1998-07-22 19:03수정 2009-09-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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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재보선 결과를 여야는 자기들 좋을 대로 해석하지만 우리는 여야 모두의 참담한 패배라고 본다. 여3 야4의 당선도, 33년만의 최저 투표율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시선을 반영한다. 여당이 ‘무승부’, 야당이 ‘승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의(民意)를 호도하는 일이다. 민의를 이렇게 잘못 읽기 때문에 정치가 이 모양이다.

국민회의는 스스로의 기세나 일반의 예상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특히 총재권한대행이 출마한 경기 광명을에서는 당력을 온통 쏟아부어 선거과열을 주도해 놓고도 겨우 2.2% 포인트 차로 이겼다. 승리라기 보다 차라리 패배라고 해야 옳다. 김대중(金大中)정권의 각종 개혁이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이 혼선만 낳고 있다고 본 결과일 것이다. 정계개편이다 뭐다 해서 갈등만 심화시키고 국회를 장기공백으로 몰아넣은 정치운영의 미숙과 자만에 대한 심판이기도 할 것이다.

국민회의 후보들의 득표율이 여론조사결과보다 10% 포인트 안팎씩 일제히 낮게 나온 것도 중대한 경종이다. 여당 지지자의 상당수가 부동층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여당이 지지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집권 5개월만에 나타난 이런 변화의 의미를 여당은 심각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지리멸렬한 당내 형편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나 만세를 부르는 것은 가당치 않다. 원래 한나라당이 의석을 가졌던 7곳 가운데 4곳을 건지는 데 그쳤기 때문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이 잘못했기 때문에 나온 반사적 결과일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평균 투표율이 40.1%에 머문 것은 정치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입증한다. 60% 가까운 유권자가 선거에 등을 돌린 것이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바닥에 깔린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이다. 국회는 놀고 정치인들은 싸움만 하는데 의원은 뭣하러 뽑느냐는 국민의 분노와 절망이 대량 기권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권은 이 60%의 민의를 겸허하게 헤아려야 한다. 이렇게 낮은 투표율은 당선자의 대표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수원 팔달에서는 전체유권자의 11.7%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했다.

정치권은 7·21 재보선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가 더 이상 국민의 버림을 받아서는 안된다. 우선 여야는 원(院)구성부터 서둘러 국회를 빨리 정상화하기 바란다. 사법당국은 여야와 당락에 관계없이 선거사범을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이 새 정부 들어 최악의 혼탁선거였다고 정치권도 인정하는 만큼 국민은 처리결과를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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