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조정 판정절차 문제없나?]「봐주기」의혹 구설수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32분


금융감독위원회의 퇴출은행 선정에 앞서 12개 부실은행의 경영개선계획을 채점했던 은행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작업은 전반적으로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평위에 평가작업을 위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금감위는 결정적인 반칙을 저질렀다.

▼선정기준 예고 안해〓어떤 선정작업이든 선정에 앞서 그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지만 금감위는 달랐다. 금감위는 은행 자산부채현황과 관련해 △은행감독원 기준 △수정된 은감원 기준 △국제회계법인 기준 가운데 어느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사전에 밝히지 않았다. 어느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퇴출대상은행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금감위는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수정 은감원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이것마저도 제멋대로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의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손충당금은 수정 은감원 기준이 아니라 국제회계법인의 진단결과를 따랐던 것.

▼실사결과를 받아본 후 기준설정〓금감위는 국내외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받아보고서 판정기준을 추가로 도입했다. 국제업무를 포기할 경우에는 자기자본비율 충족수준을 2%포인트 정도 낮춰 주겠다는 것.

충북은행은 이 기준의 적용을 받아 살아났다. 새 기준에 따라 자기자본비율 충족수준을 2%포인트 낮추지 않을 경우에는 충청권에서 충북은행과 충청은행을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결과가 나온 때문이다.

▼경평위 판정의 구속성 여부〓경평위는 6개 은행을 퇴출대상으로 선정했으나 금감위 최종결과 발표에선 평화은행이 빠졌다.

이에 대해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29일 “경평위의 임무는 은행의 퇴출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정상화 가능성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금감위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경평위의 판정결과는 구속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경평위는 한마디로 금감위의‘들러리’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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