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명림/화해-통일위한 한국戰 연구를

  • 입력 1998년 6월 25일 19시 33분


2000년이 되면 우리는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한국전쟁 연구는 전쟁이 초래한 분단의 현실을 넘어서지 못하고 현실의 갈등과 대립을 재현해온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제 냉전 해체와 분단 완화의 시점을 맞아 냉전의 산물이자 분단 고착의 출발이었던 이 전쟁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왔다. 즉 민족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이상과 가치로 한국전쟁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동아일보가 2000년 6월25일 한국전쟁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을 계획하고 북한측에 참여를 제의한 것은 뜻깊은 일이다. 이 심포지엄이 한국전쟁에 관한 새로운 사실 규명과 진정한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한국전쟁의 연구 방향에 대해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한국전쟁은 전체 민족 공동체의 지평에서 연구돼야 한다. 전쟁을 시작하고 민족적 참화를 초래한 북한의 역사적 책임은 부인될 수 없다. 그러나 책임 규명이 역사 연구의 전부일 수는 없다. 북한의 역사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되 우리는 화해와 통일을 위해 한국전쟁을 연구해야 한다.

분단 연구의 지향은 통일이듯 한국전쟁 탐구의 궁극적 지향은 평화와 안녕이다. 그것은 분단 고착의 원인에 대한 탐구이고 때문에 통일 지향이라는 실천적 과제로 직결된다. 한국전쟁 연구가 민족갈등을 증폭시킨다면 연구의 근본 철학과 동기는 상실된다.

우리는 20세기의 국제적 민족적 갈등이었던 한국전쟁의 연구를 통해 21세기 민족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국내외적 조건을 안출(案出)해야 한다. 즉 전쟁과 분단에 대한 총체적 비판과 반성을 통해 냉혹한 국제질서에서 약소민족의 진로와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오늘의 한국전쟁 연구는 진실의 드러냄과 평가를 통해 전쟁을 현재로부터 역사로 물러나 앉게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법적 제도적 인도적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전후 청산에도 기여해야 한다. 현재 전쟁의 원인과 발발 문제를 넘어 전개와 귀결,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하다. 국제 외교 수준의 정책 연구는 많으나 실제 전쟁에 휩쓸렸던 민중의 삶과 생각에 대한 연구도 전무하다. 전쟁과정에서도 우리는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움직임은 알되 남북한 지도자들이 무엇을 고민했고 어떻게 전쟁을 지휘했는지에 대해선 모른다. 정치사 외교사 전사를 제외하면 사회사 경제사 민중사 제도사 정신사 영역에서의 한국전쟁 연구는 거의 없다.

좁고 깊게 들어갈 때 한국전쟁의 연구주제는 무궁무진하다. 거대 사태에 대한 외국의 깊은 연구에 비해 우리의 한국전쟁 연구는 초입단계를 넘지 못한 상태다. 그 이유는 분단의 질곡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며 진실에 끝까지 도전하려는 헌신과 열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민족적 문제의식을 갖되 우리는 보편적 가치와 시야에 근거해 이 전쟁을 연구해야 한다. 또한 보편적 문제틀을 설정하되 한국내의 구체적 사태 및 민족의 삶과 정신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한국전쟁 연구를 통해 우리는 민족주의 민주주의 통일의 가치 위에 평화와 휴머니즘의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박명림<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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