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경/「여고괴담」에 왜 열광할까?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여고괴담’을 놓고 학교 안팎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교권을 비하시켰다는 이유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 영화의 상영금지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교사의 체벌과 편애에 한을 품고 죽은 여고생 귀신에게 교사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나오니 교사들이 언짢아 하는 것도 당연하다.

반면 이 영화에 대한 학생층의 열광은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큼 폭발적이다. 개봉 열흘만에 서울에서만 25만명의 관객이 들었고 극장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들은 왜 이 영화에 그렇게 열광할까.

‘학급 평균이나 떨어뜨리는 녀석’이라는 교사의 폭언, 사소한 잘못에도 기합을 주고 몽둥이로 여고생의 가슴께를 건드리는 모습….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학생들은 “우리 학교 누구 같다”며 한숨을 쉬고 발을 구르며 공감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비교육적인 언동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직위해제된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권투시합에 졌다고 주장선수를 목만 내놓은채 땅에 파묻는 체육교사의 비교육적 행동도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교육부에서는 촌지를 거절하는 교사에게 성과급을 주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물론 ‘여고괴담’에 등장하는 비인간적인 교사가 교사 전체의 위신을 떨어뜨릴 위험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상영금지 검토 이전에 학생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우리 모두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귀신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만큼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에, 한국의 교육제도에 지쳐 있다.

김희경<문화부>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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