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곳에 가고싶다]작약도

  • 입력 1998년 6월 11일 07시 41분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75년 여름방학. 반 친구와 난생 첫 야영을 떠났다. 장소는 인천 만석동부두에서 뱃길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작약도.부모님의 끔찍한 배려(?)로 인천 친척형까지 보디가드로 따라 붙었다.

서울에서 가깝긴 했지만 20년전 인천은 논과 염전이 대부분일 정도로 개발이 더딘 곳이었다. 작약도 역시 뭍에서 손에 집할듯한 거리에 아담히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사람때가 묻지 않은 참으로 앙증스럽고도 깔끔했던 섬이었다.

아무튼 우리 세사람은 이틀동안 인적이라곤 없는 작약도에서 마치 집을 탈출한 톰소여가 된 기분으로 낮에는 갯바위에 붙어있는 생굴과 망둥어를 잡아먹으며 목이 쉬어라 노래를 불렀고 밤에는 석유등 아래서 파도와 바람 풀벌레소리 그리고 작약도의 해송(海松)이 빚어내는 거칠면서도 꾸밈없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서로의 꿈을 얘기했다.

이제 작약도도 사람들 손이 타 그 풍광이 예전같지 않고 또 내입속에서 꿈틀거리던 그 망둥어도 이젠 느끼한 기름냄새가 날 정도로 바다가 오염됐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내 생애 첫 여행지 작은섬 작약도는 비록 헤엄쳐서라도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내 어린 청소년시절에 보았던 그 기억 그대로 머리속에 남아있다.

〈박종화·손해보험협회근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