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의 사해화는 황해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라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발해와 맞닿아 있는 황해는 중국 연안도시들과 황하(黃河) 양쯔(揚子)강을 통해 유입되는 오폐수 및 중금속오염물질로 지금 급속히 ‘죽은 바다’가 돼 가고 있다. 미국의 민간환경단체인 ‘월드 워치’가 95년 발간한 세계환경보고서는 황해를 세계 7대 오염해역의 하나로 꼽고 있다. 이 보고서는 특히 ‘황해는 세계에서 가장 중금속 오염이 심한 곳’이라고 지적하고 황하를 통해 연간 7백51t의 카드뮴 수은 납 등 중금속이 황해로 흘러들고 있으며 발해만의 석유시추현장에서 연간 원유 2만1천t이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에 따라 황해에서 잡히는 어패류와 갑각류의 각종 중금속함유량이 기준치의 2∼1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94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는 한중환경협력공동위를 통해 발해 오염문제를 제기했으나 중국측은 ‘발해는 내해(內海)’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오염물질의 국가간 이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억지주장이다. 이 때문에 한중환경협력공동위는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4개국이 참가하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에서도 발해오염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채 황해오염문제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알맹이 빠진 황해오염대책 논의인 셈이다. 한국과 중국은 작년 처음으로 황해오염에 대한 공동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나 조사대상 해역이 일부해상으로 제한되는 등 내용이 부실했다.
이런 상황들은 중국측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긴 하나 우리 정부의 대응태도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정부 내에서조차 환경외교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해오염방지와 산성비문제 등 한중간의 여러 환경문제협력에 중국측의 성의있는 자세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NOWPAP 등을 통한 다자외교를 강화하는 등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수입되는 활어 어패류 등에 대한 중금속함유량 검사실시와 수입제한 등의 실질적인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