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민영화의 전제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공기업 민영화가 본격화한다. 정부는 ‘매각 원칙, 존속 예외’라는 방침에 따라 기업성이 강한 공기업부터 매각에 들어간다. 1차 민영화대상 공기업을 빠른 시일안에 확정하고 곧 국내외 공매에 착수한다. 민영화방식도 주식 자산 사업매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다 동원된다. 비상장 공기업의 경우는 해외증시 상장을 통한 매각도 검토한다.

아직 민영화대상 기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한국중공업 등 기업성이 강하고 수익성이 좋은 공기업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또 공공성에다 기업성이 가미된 공기업인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이 거론된다. 이중 한국통신과 담배인삼공사는 뉴욕증시 상장이 검토되고 있다. 한전의 경우 화력발전소를, 포철은 정부 보유지분 8%를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불가피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채를 갚고 한시가 급한 구조조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공기업을 팔 수밖에 없다. 공익성이라는 모호한 경영목표 아래 방만한 운영에 안주해 온 공기업을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수도 없다. 국가소유, 독점, 규제가 뒤엉켜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것이 오늘의 공기업구조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에는 몇가지 전제가 있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이 무시돼서는 안된다. 국가기간산업 및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업을 송두리째 아무렇게나 외국자본에 넘길 수 없다. 매각후 부(富)의 집중문제와 독과점의 폐해도 고려되어야 한다. 매각시기와 방법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전제들을 고려하면서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짜 공기업을 헐값에 팔아치움으로써 국민경제는 더 크게 멍들고 공익서비스는 더욱 열악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 정부 부처간에도 의견조율이 안되고 있다. 기획예산위는 팔 수 있는 공기업은 다 팔겠다는 입장인 반면 재정경제부는 대상기업 선정과 매각방식에 신중해야 한다는 자세다. 다른 관련부처들도 공기업 매각방식을 각 부처에 맡겨주도록 요구한다. 공기업 노조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기업 민영화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값을 받고 팔되 국민에 대한 공익서비스가 증진되도록 하는 일이다. 국민 정부 공기업 근로자들이 다같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공기업 민영화 역시 보다 정교한 프로그램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졸속인 나머지 국민에게 또다른 부당한 부담을 안겨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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