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기진/흑색선전 전화폭력

입력 1998-05-25 20:02수정 2009-09-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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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인 송모씨(34·대전)는 일요일인 24일 오전 집에서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40대 중반쯤의 여성.

‘선거 앙케트요원’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몇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고 밝힌 뒤 “이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를 알고 있느냐. 알면 누구를 아느냐”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 응답한 송씨는 상대방의 느닷없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구청장을 지낸 씨는 재임동안 재산이 20억원 늘었는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그 돈이 무슨 돈이겠느냐. 모두 시민들이 낸 세금 아니겠느냐”며 전화를 끊었다.

박모씨(40)의 경우도 비슷한 케이스.

“이번 선거는 지역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며 말문을 연 상대방은 “△△후보는 뇌물을 받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설령 그 사람이 당선돼도 중도하차해야 하는데 누굴 찍어야 하겠느냐”며 은근히 특정후보를 홍보했다.

박씨가 “그 사람과 난 친척 사이”라고 밝히자 상대방은 아무런 말없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상대후보에 대한 악선전으로 일관하는 ‘얼굴없는 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후보는 친구 부인과 정을 통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파렴치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여성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악의적인 음해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들 악선전의 내용은 여자문제 친인척관계 등 사생활에서 학력 경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전화를 건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점.

송씨는 “이같은 상식 이하의 저질 선거문화를 불식시키기 위해 악선전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후보는 찍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이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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