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유명옥/『천사같은 엄마계시니 힘내라』

  • 입력 1998년 5월 6일 07시 33분


▼ 아빠잃은 조카에게

내가 좋아하는 용재야. 반소매 옷을 입어도 춥지 않게 느껴지는 요즘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이모가 하는 말이 ‘지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란다.

요즘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나무가 푸르고 꽃이 릴레이 경주하듯이 피고지고 하는 것만으로도 이모는 행복을 느낀다.

안녕. 3월29일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부문에 참가하기 위해 일행과 함께 경주에 갔을 때 너에게 학교로 편지를 보냈었지. 고등학생이 된 뒤부터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느라 여유없이 보내고 있는 너를 깜짝 놀래 주려고 일부러 학교주소로 보낸 나의 편지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너의 엄마한테 전해 들었어. 담임선생님께서 오해하실까봐 편지봉투에 ‘경주에서 이모가’라고 썼는데 선생님은 있지도 않은 너의 여자친구가경주로수학여행가서 보낸 편지로 오해하셨나 보구나.

용재야. 너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신문에서 아버지가 자녀에게, 자녀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글을 대할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쓰리고 아픈지 모른단다. 하지만 하느님이 바쁘셔서 대신 보내주신 천사같은 엄마가 옆에 계시니까 늘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면 정말 좋겠다.

이모가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없어 미안해. 하지만 시간 나는 대로 연극 영화 클래식음악회 대중가수콘서트에 너희들을 데리고 다닐게.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이모는 생각한다.

그리고 6월에는 태백산에 함께 가서 많은 얘기 나누자. 작년 여름 4박5일 동안 지리산에 갔을 때 힘들기도 했지만 기쁨도 그만큼 컸었잖니. 벌써부터 6월이 기다려진다.

유명옥(서울 서초구 우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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