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파티 초대손님도 준비물 지참

  • 입력 1998년 5월 6일 07시 33분


“수저 컵 쟁반 물컵과 아이용 간식을 가져오세요.”

기자가 독일 본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던 작년 10월 큰딸이 다니던 노르트초등학교 교장으로부터 사친회에 참석해달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장에는 일시 장소 참석대상자와 함께 지참물이 적혀있었다. 학교에서는 물과 바비큐만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 시교육담당자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운동장에서 사친회가 열렸다. 교장 교사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가 자기의 지참물을 갖고 왔다.

왜 이렇게 하는지 딸의 담임교사에게 물어보았다.

“1회용 쓰레기를 없애려는 것이 첫째고 자기가 쓴 물건은 자기가 치워야 하는 게 둘째지요. 음식물을 남기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셋째며 쓸 데 없는 데 돈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게 넷째 이유입니다.”

독일인이 남을 초대할 때는 항상 이런 식이다. 초대장을 보내 참석 여부를 묻고 응하겠다고 하면 참석자의 준비물을 알려주는 것이다. 한국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는 초대는 거의 없다.

공보처의 아프리카담당인 한스 쿠르트가 집으로 초대했을 때도 참석자가 챙겨야 할 준비물 목록이 초대장에 적혀있었다. 심지어 2월 본 시경이 카니발 축제에 초대했을 때는 음료수 비용까지 상세하게 초대장에 적혀 있었다.

아데나워 알레거리에 위치한 본대학 법대 도서실에는 독일에서도 흔치않은 음료수 자동판매기가 있다.

1마르크50페니히(약 1천원)를 넣으면 커피 한잔이 나온다. 꽤나 비싸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마시고 난 컵을 회수용 투입구에 넣으면 70페니히(약 5백원)가 되돌아 나왔다. 쓰레기통에 들어갈 자판기 컵을 수집해 되쓰기 위한 노력이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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