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팔당호 살리기

  • 입력 1998년 5월 4일 19시 30분


수도권 주민 2천만명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개선은 더 이상 미루거나 시간을 끌 수 없는 절박한 문제다.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마시는 물이 이미 3급수로 전락했거나 곧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니 이보다 더 심각하고 중대한 일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런 때에 환경부가 2005년까지 1조4백5억원을 집중투자, 1백6개의 하수종말처리장 축산폐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건설하는 등 팔당호 수질을 ‘1급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대책을 며칠 전 내놓았다. 그러나 환경부의 대책은 사전예방보다는 오폐수처리장건설 등 사후대응에 더 치중하고 있어 이번에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예산낭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환경기초시설을 짓는다고 해도 팔당호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2005년까지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

90년부터 정부가 팔당호 수질개선에 쓴 돈은 자그마치 4천4백41억원이다. 그런데도 팔당호의 수질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일관성없는 수질관리 때문이었다. 94년 국토이용관리법을 개정, 팔당호 주변에 러브호텔 위락음식점 공장 축산시설 등이 난립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환경부가 면적 4백㎡미만의 식품접객업소는 간이오수처리조만 갖추면 신축할 수 있도록 해 팔당호 수질악화를 가속화시킨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결국 한쪽에서는 오염을 단속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염원을 허가해주는 이율배반적인 수질관리체계가 팔당호 수질악화를 가중시켜온 ‘주범’이 된 셈이다. 이러니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환경기초시설을 지어도 그 시설들의 처리능력이 수질악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팔당호 수질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염물질의 유입을 엄격히 차단하는 길밖에 없다. 상수원보호구역 밖인 팔당호상류 유역에서 흘러드는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만도 하루 22만t에 이른다. 따라서 상수원보호구역을 강원도와 충북까지 확대해 팔당호 전체 수계에 대한 오염원유입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들어서 있는 각종 오염원들도 단계적으로 철거 또는 이전시켜 나가야 한다.

장기계획으로 팔당호주변의 토지를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팔당호주변 주민들에 대한 지원도 늘려 주민반발을 달래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16개 기관이 분산관리하고 있는 팔당호 물관리체제를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존이 개발보다 중요하다는 의식이 없으면 팔당호는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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