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행세 도입하려면…

  • 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그동안 여러차례 거론돼 온 주행세 도입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지금까지 주행세 도입 주장이 교통대책 차원이었다면 이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주행세 도입과 승용차 10부제 운행 검토 지시는 교통난과 대기오염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행세는 자동차 주행단계의 세금을 늘려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수익자 부담원칙이다. 외국의 자동차 관련 세금구조도 대부분 주행세 중심으로 되어 있다. 김대통령도 환경을 파괴하는 당사자에게 환경세를 물리듯 교통난과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상응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본란이 여러번 지적했듯이 주행세 도입의 당위성은 자명하다. 지금의 자동차 관련 세금구조와 체계는 너무 불합리하다. 자동차세는 취득 보유에 대한 세금 외에 도로점용, 대기오염, 교통혼잡의 비용부담이라는 성격을 가져야 한다.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이 자동차 배기가스이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주행세 도입의 필요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작년 한미(韓美)자동차 협상 때 주행세 도입방침을 천명했으며 유엔기후협약에도 온실가스 저감대책으로 자동차관련 조세체계를 주행세 위주로 개편하겠다는 국가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에 제기된 주행세 도입이 새로운 목적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유류 특소세나 이달 중 시행될 교통세를 대폭 올리겠다는 것인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해야 하는 것은 주행세 도입으로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현재 자동차 관련 세금은 무려 15가지다. 주택보다도 세금 종류가 많고 부담도 터무니없이 무겁다. 수백만원대의 소형차 세금이 수억원대의 아파트 세금과 맞먹는다.

세액만이 문제가 아니다. 세금구조는 더 엉망이다. 최초 구입단계 세금이 차량가격의 45% 수준이다. 보유단계 세금도 자동차관련 세금의 22%나 된다. 우선 구입 보유단계의 세금을 크게 낮추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이같은 방향으로 자동차관련 세제(稅制)를 고치겠다고 해 놓고도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주행세 도입에는 몇가지 사항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우선 자동차 관련 세금을 어떻게 통합할 것이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세입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보험료 인하문제와 영업용 차량과 영세사업자에 대한 세금환급기준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층일수록 유류소비에 대한 가격탄력성이 낮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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