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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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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서울J병원. 김모씨(31·여)가 일반외과에 와 “뱃속에 뭔가 들어 있는 것 같다”면서 다짜고짜 수술을 요구했다. X레이 촬영 결과 뱃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현재 정신과로 옮겨 진료 중.
‘뮌하우젠 신드롬(Munchausen Syndrom).’ ‘꾀병처럼 보이는 병.’ 이 신드롬은 순전히 입원 또는 진찰받을 목적으로 아프다고 거짓말하거나 자해를 일삼는 증상이다.
환자는 병원을 옮겨다니며 ‘닥터쇼핑’을 즐기고 의사가 병이 없다고 진단하면 ‘돌팔이’라고 비난한다. 서울중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신문 TV에 나온 의사만 골라 찾아와 특히 스트레스성 등 IMF체제 관련 질환에 대해 실력을 테스트해 보려는 ‘의사(疑似)환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1951년 미국의 정신과의사 리처드 아셔가 뮌하우젠이란 용어를 처음 쓴 이래 미국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관련 논문이 쏟아져 나왔고 현재 인터넷에 올라있는 논문만도 1천여편.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유인균교수는 “요즘 ‘이상한 환자’들이 있어 동료의사들과 의견을 나눠 보면 뮌하우젠신드롬이란 결론이 나온다”면서 “IMF시대가 이 신드롬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어릴 적 홀로서기를 배우지 못하고 부모의 온실 속에서 자란 사람이 위기상황 도피수단으로 입원을 선택한다는 것.
이 증후군 환자는 온가족을 달달 볶는다. 특히 이 환자들은 아동학대가 잦은 것으로 구미학계에 보고돼 있다.
치료에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 환자에게 “꾀병을 부린다”고 야단칠 게 아니라 ‘병’임을 밝혀줘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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