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하태원/민원행정은 역시 「民怨」

입력 1998-03-04 19:46수정 2009-09-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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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조모씨(38)는 지난해 구청에서 면허세 독촉장을 받았다. 94∼96년도분 면허세를 내라는 내용.

93년에 운영하던 분식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데 어찌된 일일까 싶어 담당부서와 은행을 몇차례 오갔다. 결국 직원의 업무착오임이 밝혀졌지만 오가며 고생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민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모씨(47)도 공장설립 인가신청을 하다 비슷한 곤욕을 겪었다. 규정에 따라 접수 즉시 처리돼야 하는데 구청직원이 먼저 용도변경을 하라며 서류를 반려했고 공장설립이 예정보다 한달 늦어졌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민선시대가 시작된 뒤 행정서비스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홍보하지만 관공서를 한번이라도 다녀간 뒤에는 고개를 내젓게 마련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공무원의 민원처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명 중 4명꼴(42.1%)로 나왔다.

민원을 빨리빨리 처리한다고 대답한 사람도 27.7%에 그쳤다. ‘담당 공무원과 쉽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54%가 아니라고 말했다.

공무원의부조리원인으로는 △청렴의지부족(33.6%) △사회관행과 풍토(27.7%) △낮은급여수준(11.9%) △감독불철저(11.2%)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응답자중 80%는 ‘공무원 수가 너무 많다’면서 경쟁원리를 도입, 인원을 감축하면 행정서비스 수준이 지금보다 개선되거나(39.6%) 지금과 비슷할 것(41.2%)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9차례 설문조사를 실시, 결과를 공개해 왔는데 유독 민원행정에 관한 조사내용만 ‘쉬쉬’했다. 돈만 축내는 공무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까 걱정해서였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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