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③/민들레학교]이춘우교사 『단순지식전달 싫다』

  • 입력 1998년 1월 25일 20시 29분


“손톱에 흙이 끼고 갯벌에 미끄러지면서도 새로운 경험에 어쩔 줄 모르게 좋아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민들레학교의 보람을 느낍니다.” 이달 초 민들레학교 겨울캠프를 이끈 이춘우(李春雨·35)교사. 93년 개교 때부터 마음맞는 교사들과 함께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아이들과 들로 산으로 돌아다닌 창립멤버다. 그는 교육이 지식전달이나 개성발현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풀냄새를 맡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하나되는 것, 함께 밥짓고 함께 산을 오르며 더불어 사는 것을 체험하는 것, 그 자체가 그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별자리 이름을 모른다고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가 말하는 민들레학교의 생명은 자유다. 자유롭게 놀고 이야기하는 속에서 공동체를 터득하고 자연속에서 민들레 같은 강한 생명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가 바라는 아이들의 성장 모습이다. 이교사는 “수업시간에 교과서에 실린 그림을 보며 꽃 나무 별자리 이름을 외우던 아이들이 민들레학교에 와서는 가슴으로 하늘을 느끼고 손과 발로 땅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작년 재작년 계절학교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갓 입학한 동생 손을 잡고 다시 민들레학교를 찾아올 때 자신이 하는 일이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는 것.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달리 그는 걱정이 많다. ‘학교 학원 가정에서 공부에 찌들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열린교육 공간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지금 갯벌에서 뛰노는 저 아이들도 3박4일 겨울캠프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다시 학원을 다니느라 바쁠텐데….’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고 그가 꿈꾸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전체 구조와 맞물려 있지만, 그러나 그는 포기할 수 없다. 아직은 엉성한 조직에다 몇몇 교사의 열정에 의존하고 있지만 민들레학교가 보다 많은 교사의 참여를 이끌어내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참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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