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시아, 외환대란 탈출구 없나?

  • 입력 1998년 1월 9일 19시 51분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외채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동남아 외환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들 두 나라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일본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전체의 외환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 것은 자명하다. 아시아경제가 무너지면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이번 외환위기의 직접 원인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두 나라가 IMF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예산증가율 24%와 경제성장률 4%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IMF권고를 완전 무시했다. 긴축요구에 반발해온 태국도 IMF와의 재협상을 고집했다. 그럼으로써 IMF와 해외금융기관의 불신을 초래하고 신용도가 추락한 상황은 작년말 우리와 비슷하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아시아에서의 달러유출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개방화 국제화시대에 어느 한나라의 금융시장이 혼란해지면 거의 동시에 지구촌 시장이 혼미상태에 빠지는 ‘인접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살얼음판 같은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에도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한창 진행중인 단기외채의 장기외채로의 전환이나 협조융자 유치, 외화표시국채 발행 협의가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이 이들 두 나라에 대출 또는 직접투자한 금액은 2백억달러를 넘는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장기간의 자산동결로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1백억달러 규모의 교역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와 태국 경제가 파탄하면 수출에도 타격이 클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유일하게 무역흑자 지역인 동남아 수출이 위축되면 경상수지 개선 계획에도 먹구름이 낀다. 어떻게든 동남아 환란(換亂)은 조속히 진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와 태국정부는 IMF권고를 전폭 수용해 국제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하다. 이는 한국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만 유독 가혹한 개혁과 고통을 요구한다는 불만이 앞서면 지금의 위기는 수습하기 힘들다. 아시아 각국은 투명한 경제정책과 국제화한 금융 및 제도개혁으로 선진국의 협력을 받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서방 7개 선진국(G7)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아시아 길들이기’에 앞서 위기에 처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부터 회생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아시아를 버리고 세계경제가 번영을 구가하기란 어렵다. IMF와 선진국들이 금융지원 대가로 초긴축과 고금리 같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처방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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