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전문가 기고]정유성/「게임의 법칙」강요말자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요즘 우리나라는 외화부족에 따른 경제난으로 온국민이 불안과 절망에 빠져 있다. 위기의 징후들은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안이하게 대처해온 결과 오늘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적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모든 원인은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탓하면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교육밖에 없다며 교육에 많은 기대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우리 모두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성교육은 도외시한 채 성적위주의 입시경쟁에만 얽매여 획일적 주입식 교육으로 살벌한 경쟁사회풍토를 조장하면서 ‘새로운 천년의 시작’이라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도 창의성 인성이 결여된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꿈과 희망이 없는 학교를 떠나 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비교육적인‘게임의법칙’을 아이들에게 강요해온 것은 아닌가. 그동안 이같은 교육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많았지만 입시제도나 바꾸는 땜질식 대증요법에 그쳐 근본적인 치유는 되지못했다. 정부가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시와 성적위주의 제도교육은 공룡처럼 비대해져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위로부터의 개혁이 한계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나 교육 전문가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부모들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요즈음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안교육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의 실험교육도 아니고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 새로운 교육이 아니다. 대안교육은 학교교육 현장의 모순과 비인간화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인 만큼 똑같은 학제 교육내용 등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신의 철학이나 관심 흥미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기존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길러주기도 한다. 어떤 교육자는 대안교육을 유기농법에 비유하기도 한다.화학비료를 써서 빽빽히 키운 벼는 낟알은 크지만 땅 기운과 영양분들을 다 머금지 못해 부실하다. 그러나 청둥오리를 키워 유기농법을 쓰면 오리가 해충을 잡아먹는 것은 물론 제초도 하고 부드러운 깃털로 벼를 쓰다듬어 준다. 이렇게 키운 낟알은 작지만 튼실한 열매를 맺어 땅과 사람을 기름지게 한다. 대안교육은 이처럼 제도교육에 지친 아이들을 감싸안아 되살리는 교육을 하려고 한다. 학교의 중도탈락자를 모아 가르치는 곳, 학부모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품앗이로 환경 예술교육, 공동체 교육을 하는 곳도 있고 방과후 활동이나 교사들이 아이들과 자치적으로 자연 속에서 생명가치를 익히는 방학중 교육활동 등 다양하다. 그러나 대안교육이 신비의 실험이거나 유별나게 새로운 학교도 아니다. 다만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 교사가 교육의 단순한 수용자나 소비자가 아닌 주체로 적극적으로 나서 만든 참다운 교육을 실현해보려는 현장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는 오리려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차제에 대안교육 확산노력을 통해 교육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의 왜곡현상을 바로잡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유성(서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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