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창록/『국가전략 차원 對美기술협력 강화를』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군사력의 시대는 가고 기술력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의 선진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다른 선진국들과의 동맹을 통해 더욱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나라였다. 더 강한 군사력을 가질수록 더 막강한 국가가 되었고 이에 따라 경제력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선진국은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다른 선진국들과 기술 제휴를 통해 더욱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나라다. 공산권이 몰락하고 미소(美蘇)의 양극체제가 무너진 탈냉전(脫冷戰) 시대에 접어든 이후 아시아 유럽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역체계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 유럽의 다극체제나 미소의 양극체제와는 달리 현재의 지역체계 질서는 군사력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현재의 지역화 현상은 지역 내의 무역과 투자의 증대에 따른 경제적 기술적 협력에 기인하는 것이다. 각 지역은 직접투자와 기술제휴 등의 방법으로 제각기 독특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역내의 경제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 ▼ 日기업 핵심기술 전수안해 ▼ 우선 우리에게는 기술력이 부족하다. 그동안의 발전과정에서 기술투자에는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의 기술혁신 능력을 키워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기술선진국들과의 적극적인 기술협력을 모색하는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과거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열악한 자체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군사동맹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진국의 지위를 확보했던 것과 같이 우리도 현시대에 맞는 기술협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술강대국은 미국과 일본이다. 이 두나라는 모두 엄청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직적 성격을 가진 일본과의 ‘아시아적 협력’보다는 다자주의적 성격을 띤 미국과의 ‘태평양적 협력’이 더 유리하다.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없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아시아에서 일본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생산체계는 일본 기업들에 의해 수직적으로 통합되고 있다. 수직적 성격을 가진 일본 기업들의 경우 핵심기술은 일본이 확보하면서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일본 기업들의 생산기지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이같은 전략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기술력의 측면에서 일본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가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기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일본과 다른 생산체계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기술과는 달리 미국의 기술은 개방되어 있다는 특성이 있다. 대학에서의 기초기술 연구진이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첨단 산업기지의 소규모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첨단기술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왜냐하면 시장을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개방적 美기업이 훨씬 유리 ▼ 더욱이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비해 생산제조 능력이 뒤떨어지는 미국은 제조능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아시아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기술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제휴는 기업들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국가간의 군사동맹과는 다르다. 과거의 군사동맹이 정부간의 협력이라면 기술제휴는 기업간의 협력이다. 하지만 정보의 제공과 국가 장래의 발전을 위한 전략의 방향 설정은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이다. 과거 19세기말 우리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20세기말이라는 시점에서 과거의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오늘의 국제관계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국가전략을 수립해야만 할 것이다.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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