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유수급 차질 없게

  • 입력 1997년 12월 14일 19시 57분


통상산업부의 긴급요청이 예사롭지 않다. 가용외화를 원유수입대금 결제용으로 우선 사용할 수 있게 조치해달라는 내용이다. 외화부족사태가 원유수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한달분 원유는 이미 계약이 끝났거나 수송 도중이어서 확보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다음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느라 수입신용장을 떼주지 않고 정유회사가 자체보유한 외화도 없어 수입계약에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 이후 석유부족사태와 생산위축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막아야 한다. 단기외채 상환이 빡빡한 처지지만 원유 등 원자재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가용외화의 우선사용은 물론 수입신용장이 정상발급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별소비세 납부기한 연장 석유수입부과금 징수유예 등 통산부가 요청하고 있는 정유업계 자금지원책도 미룰 계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수출산업이 기름 때문에 정상가동할 수 없게 되어서는 안된다. 에너지절약은 그와는 또 별개다. 산업의 에너지효율개선은 경쟁력확보 차원의 장기 과제다. 산업외 분야에서의 에너지소비도 줄여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초긴축권고가 아니더라도 원유는 외화지출이 가장 큰 수입부문이다. 반소매 셔츠로 겨울을 나는 아파트문화는 고쳐야 한다. 자정 이후 네온사인과 심야주유 등을 금지하기로 한 통산부시책은 오히려 부족하다.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고 아낄 수 있는 한 아끼지 않고는 부도위기까지 몰렸던 국가경제의 회생기반을 다시 구축하기 어렵다. 교토(京都)회의에서의 개도국 자발노력조항 삭제로 우리의 온난화가스 감축의무는 오히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에너지 절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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