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살 소녀가장인 혜진이네 세자매는 올 겨울이 춥지 않다.
지난해 겨울에는 셋만이 방 두칸짜리 전세방에서 외롭게 살았지만 올해는 비슷한 처지인 대환이(10)형제 등 소년소녀가장 두가족 세명과 함께 서울 강서구 방학동의 큰 아파트에서 살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들을 돌봐주는 「이모」까지 생겼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 대환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맞아주는 이모와 새로 생긴 누나와 형 4명과 함께 놀 수 있어 마냥 좋다. 지난주에는 가족이 모두 모여 배추속을 먹으며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
「이모」 김은임(金銀任·27)씨는 『같이 자고 먹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의지가 되는지 형제 자매처럼 지내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툭털어 놓지 못하고 서먹서먹한 감정을 풀지 못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혜진이네 세자매가 두가족은 물론 이모와 함께 살게 된 때는 올해 5월.정부와 서울시가 소년소녀가장 서너가족을 모아 보호자를 두고 따뜻한 가정을 꾸며 살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소년소녀가장 그룹홈정책의 수혜자가 된 덕택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전세를 얻어주고 보호자 급여 등 약간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 이같은 그룹홈은 서울시내에 두 곳이 더 있다. 그룹홈 운영은 주로 사회복지시설이나 종교재단에서 맡고 있다. 혜진이네 가정은 천주교 살레시오 재단이 책임을 맡았다. 정부와 서울시에서 주는 보조금이 있지만 식구 7명이 살기에는 부족, 이 재단에서도 후원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그룹홈 운영 결과 성과가 좋다고 보고 내년에는 여덟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이석화(李錫和)청소년과장은 『서울에는 소년소녀가장이 6백68가구나 있다』며 『공공기관의 도움만으로 모두 그룹홈을 꾸려가기는 어려워 주위의 도움이 아쉽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