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日금융스캔들 주범 총회꾼 고이케

  • 입력 1997년 9월 28일 20시 25분


올해는 일본 금융계 역사상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노무라(野村) 야마이치(山一) 다이와(大和) 닛코(日興)증권 등 일본 4대 증권사와 다이이치 간교(第一勸業)은행 등 일본 금융업계의 「간판」들이 총회꾼 유착사건으로 줄줄이 수사를 받는 등 유례가 없는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 사장 등 임원 17명이 한꺼번에 퇴진하는 등 각 금융기관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퇴진하거나 경찰에 체포됐고 다이이치 간교은행의 미야자키 구니지(宮崎邦次) 전행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융기관 학살」로 불리는 올해 일본 금융스캔들의 주범은 고이케 류이치(小池隆一·54)라는 총회꾼. 부동산회사 사장으로 행세하던 그는 70년대부터 금융기관 총회꾼으로 두각을 나타내다 결국 지난 봄 경찰에 체포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총회꾼이란 주주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만 일방적인 경영층 편들어주기 혹은 경영층을 협박하며 주총진행을 방해하는 수법으로 금품을 뜯어내는 이들을 말한다. 경영층에 우호적이냐 적대적이냐에 따라 여야(與野)총회꾼으로 분류된다. 고이케는 경제와 법률에 관한 전문지식을 바탕삼아 단기간에 「여당 총회꾼」으로 승승장구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할 수 있는 박식함을 바탕으로 경영진을 구슬러 자연스럽게 금품을 뜯어낸 것이다. 주식을 30만주 보유한 주주는 경영진 퇴진요구 등 회사 경영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법도 그가 주요 은행과 증권사로부터 금품을 뜯어내는 무기였다. 고이케는 증권회사 주식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자금을 모두 은행으로부터 불법융자받아 충당하는 수완도 보였다. 물론 금융기관 경영진과 맺은 친분관계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미야자키 전행장이 자살했을때 고이케는 옥중에서 눈물을 흘렸고 그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금융기관은 친분관계를 내세운 그에게 한번 말려들면 그를 내세워 주주총회를 원만히 치르는데만 급급하는 「잘못된 공생」을 즐겨왔다. 〈동경〓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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