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터 訪北의 선행조건

  • 입력 1997년 9월 19일 20시 11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을 초청했고 카터 전 대통령측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자세여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터는 김일성(金日成)사망직전인 94년 6월 북한을 방문해 북―미 핵회담의 새로운 물꼬를 트고 남북한 정상회담을 주선하는 등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이번 방북(訪北)은 아직 초기 논의단계로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적절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재방북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없다. 김정일이 구태여 이 시기에 카터를 초청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권력승계를 「더욱 빛나게」함으로써 큰 마찰없이 자연스럽게 체제를 굳히려는 속셈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일 그의 방북이 김정일 권력승계의 정당화에 이용만 당한다면 그것은 개인적으로도 불명예스런 일일 뿐 아니라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날 북한을 저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김일성 김정일 독재체제다. 그러한 체제를 선전하는데 앞장 설수는 없는 일이다. 한반도문제 해결당사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남북한이다. 남북한 당국은 민족적인 차원에서 정상회담이든 고위급회담이든 스스럼없이 열어 한반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굳이 제삼국이나 어떤 중개인의 역할에 기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카터의 방북이 한반도 문제해결에 건설적인 영향을 미치고 도움을 준다면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카터의 방북은 지금 북한이 시급히 해야 할 개혁과 개방을 촉진시키고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그의 방북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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