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가죽공예 도전10년 최남선씨

  • 입력 1997년 8월 8일 07시 26분


「이대로는 늙을 수 없어!」 평범한 주부로, 두 딸의 어머니로 열심히 살아온 최남선씨(49·서울 강남구 자곡동 쟁골마을). 나이 마흔살때 불현듯 가슴을 치며 밀려드는 번민에 괴로웠다. 남들이 「이 나이에 뭘…」하며 주저앉았다면 그는 달랐다. 새 모험에 뛰어들었다. 『남들만큼 취미생활도 해봤지만 허전했어요. 미대졸업후 10여년만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죠. 젊은 후배들 틈에서 피나게 노력해 가죽공예로 논문을 쓰고 석사학위도 땄습니다』 버스도 잘 안다니는 외딴 동네에서 살림하고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숨가쁘게 보낸 날들.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고된 줄도 몰랐다. 건축가인 남편의 전폭적 후원도 힘이 됐다. 가죽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공예와 달리 국내에서는 불모지와 다름없다는 점이 도전의식을 자극해서다. 시간과의 싸움. 하루종일 일해도 손바닥 크기나 만들까…. 새벽 한두시에 잠들어 다섯시에 일어난다. 머리 손질 시간마저 아까워 짧게 커트했고 외출도 삼간다. 신문을 꼼꼼이 읽는 대신 텔레비전은 안본다. 산양가죽을 잘라 실을 만들고 그 실로 한올한올 엮어 문양을 만든 뒤 목공예와 결합시켜 틈틈이 완성한 작품들. 92,93년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동아공예대전에서 특선을 했고 지난해 10월 첫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분신같은 작품이라 아직까지 판 적이 없다. 집안에는 브로치 등 장신구부터 목공예와 결합시켜 만든 화장대 콘솔 장롱 등 가구까지 작품이 가득하다. 최근에는 아예 집의 1층 거실과 안방 등에 조촐한 전시공간도 만들었다. 『무슨 일을 하든 대충대충 하는 것은 제 사전에 없죠. 공부 시작할 때 모든 과정을 구상했고 그대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이제 책도 쓰고 후배양성과 피혁박물관에 대한 꿈이 남아 있다. 오는 10월쯤 집에서 다른 주부를 위한 강좌도 열어볼 생각. 『세상에는 나한테 맞는 일이 꼭 있어요. 좋아서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순서죠. 열심히 하면 결과는 꼭 나옵니다. 남이 골프한다고 따라하고 유행을 좇기보다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보세요. 그것만은 남이 도와줄 수 없죠』 〈고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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