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청문회,열건가 말건가

  • 입력 1997년 3월 3일 19시 59분


여야가 한보(韓寶)청문회 개최문제를 두고 한심스런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한보특혜대출 의혹을 정말 파헤치려는 건지,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 덮어버리려는 것인지 분간이 서지 않는다. 발족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국회 한보사태 국정조사특위가 한 일이라고는 이른바 「깃털」급에 불과하다는 증인 58명과 참고인 4명을 채택하기로 한 것 뿐이다. 임시국회 회기 30일의 절반이 지나는데도 특위의 활동을 정해줄 국정조사계획서조차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특위활동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몸통」급 증인 채택과 TV생중계문제는 여야가 진정으로 한보진상을 가려 국민앞에 밝힐 의지가 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여당은 金賢哲(김현철)씨를 비롯한 「몸통」급 인사 30여명의 증인채택을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된다. 일단 합의된 「깃털」급 인사의 증언을 들어보고 필요하다면 현철씨의 증언을 듣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핵심인사의 증언을 먼저 듣고 필요하다면 주변인사의 증언을 듣는 것이 상식에 맞다. 증인채택에 성역을 두어 주변인사들만 나온 청문회를 열었다 한들 누가 그 청문회를 신뢰할 것인가. 현철씨 스스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만일 제 자식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철씨가 과연 책임질 일이 있는지 없는지 검찰조사만으로는 확연히 알 수 없다는 게 국민들 생각이다. 검찰의 공신력은 그만큼 실추되어 있다. 국민들은 그래도 국회청문회에 더 객관성을 부여하고 있다. 더구나 스스로 결백하다면 청문회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신에게 엄청난 의혹이 쏠리고 있다면 국회요구가 없더라도 자진해서 증언대에 서는 것이 민주시민의 할 일이다. 솔직히 말해 현철씨 증언이 없는 한보청문회의 진실성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TV중계문제도 그렇다. 생방송을 하든 말든 그것은 오로지 방송사의 판단과 자율에 맡기면 된다. 하등 이 문제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야당은 여야공동으로 TV방송사에 생중계 협조요청을 하자 하고 여당은 방송사가 생중계를 요청할 경우 특위가 허용토록 하자며 부질없는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자꾸 이렇게 시간만 끌면 여야 모두 한보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의심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항간에는 한보로부터 돈 안받은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는 입방아가 없지 않다. 이번 회기중 45일간 특위활동의 바탕이 될 조사계획서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별도의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야 하나 그 일정은 불투명하다. 이번 특위도 지난번 「4.11총선 공정성 조사특위」처럼 변죽만 울리고 끝나버린다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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