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령기자] 저자는 머리말에서 「한편의 좋은 소설 읽은 즐거움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고 운을 뗀다.
재미있는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굳어져가는 의식에 반란을 꿈꾸도록 충동질하며 자유를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저자가 꼽은 35편의 좋은 소설은 김동인의 「감자」부터 90년대 작가인 조경란의 「불란서안경원」까지 한국현대소설을 관통하고 있다. 예로 든 소설들을 읽는 방식도 비평의 거대이론을 앞세우기보다는 등장인물이나 구성의 원칙 배경과 갈등의 설정 이야기방식 등 소설의 기본성분이라고 일컬어지는 요소가 얼마나 잘 구현돼 있는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작품론뿐만 아니라 창작론 감상론을 겸하고 있다.
김동인의 「감자」를 예로 들며 저자는 어떤 독자는 이 소설이 인간의 원초적인 악마성을 그렸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또다른 독자들은 남성중심 봉건사회의 모순을 고발한 사회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작품에서독자가 얻은것은 독자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결과」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 신세대작가인 배수아 이상권 조경란의 작품에서는 90년대형 세계인식의 한 모범형을 찾아낸다. 저자는 세 사람의 작품이 철저하게 자아의 문제에 몰입하면서도 자아와 세계의 긴장관계에서 자기를 탐색해 보려는 의도를 놓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저자는 소설가이자 문학박사로 현재 한양대 국문과에서 소설론을 강의하고 있다. 작품집으로는 「회색도시」 「한라산」 「껍질과 속살」 등이 있으며 90년 「사제와 제물(祭物)」로 35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길언 지음/나남출판·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