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정보통신업계, 中企 선호…逆스카우트 바람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8분


[洪錫珉기자] 정보통신업계에 「역(逆)스카우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기업을 떠나 새로 출발하는 중소기업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인력 사냥이 커다란 문제점으로 떠올랐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인트라넷업체 웹인터내셔널(사장 尹錫敏·윤석민)의 金政柱(김정주·31)부장. 지난해 10월 이곳으로 옮기기 전까지 그는 대기업 계열사인 L증권사의 「잘 나가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2년반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미련없이 버리고 생긴 지 불과 1년 남짓한 회사로 적을 옮겼다. 김씨는 『큰일을 해보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회사엔 부장 1명 과장 1명이 김씨처럼 대기업을 떠났다. 다른 정보통신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표적인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아이네트(사장 許眞浩·허진호)의 경우 임원의 절반 정도가 한솔 등 대기업 출신이다. 인트라넷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사장 李在雄·이재웅)에도 대우 등 대기업 출신 직원이 여럿이다. 이직(移職)이 이뤄지려면 당사자간에 이해 관계가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새로 출발하는 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목표다. 또 몇년동안 정보통신분야의 일을 하면서 쌓은 인맥도 탐나는 대목이다. 대기업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모험에 몸을 싣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직급이 달라진다.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이들은 대부분 옮기기 전보다 몇단계 높은 감투를 쓰게 마련이다. 경력만 되면 임원급을 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젊은 분위기」도 한몫 단단히 한다. 대기업의 경우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 때문에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조직의 틀에 갇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기만 하다. 사회 전체에 불고 있는 「명예 퇴직」 바람도 무시못할 영향을 끼쳤다. 김씨는 『「명퇴」다 뭐다 대기업에 불고 있는 인원 감축 분위기가 이직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어차피 젊어서 「잘릴」 바에야 아예 새로 시작하는 업체에서 모험을 해보고 싶다는 것. 잘 되면 평생 개국공신으로 남을 수 있다. 직접 창업을 못해도 옆에서 함께 회사를 키워가는 「간접 창업」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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