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파리]「집없는 사람」 대책 삐걱

  • 입력 1997년 1월 25일 20시 21분


『더이상 손가락을 놀릴 수 없다. 얼어붙은 뺨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떨림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지난 93년 위베르 프롤롱조라는 프랑스의 한 기자는 6개월동안 집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생활한 뒤 펴낸 체험기에서 한겨울 길거리에서 자는 고통을 이렇게 묘사했다. 수십년만의 강추위가 한풀 꺾인 프랑스에서는 요즘 SDF(일정한 주거가 없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프랑스어의약자)에대한 사회적관심을 촉구하는주장이제기되고있다. 매년 겨울 5명정도의 희생자는 나왔지만 올해는 길거리에서 자다 얼어죽은 사람이 이미 3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아직 추위가 남아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에는 5만명 가량의 SDF가 있다. 수도 파리에만도 5천명가량이 집없이 떠돌아다닌다. 이들의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길거리로 나선 사람들이다. 낮에는 구걸을 하고 밤에는 아무 곳에서나 잠자리를 펼친다. 의사들은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전체 숫자에 비해 강추위의 희생자가 오히려 적은 것은 이들이 추위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겨울밤을 나기 위해 매트리스와 옷가지를 주워 두껍게 잠자리를 만들고 못쓰는 상자로 주위를 둘러막은 뒤 살갗을 신문지로 감싼다. 그래도 추위를 참기는 어렵지만 죽음만은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여름보다 사람들의 동정심을 더 자극해 수입이 세배 정도 늘기 때문에 오히려 겨울을 기다린다는 SDF도 많다. 프랑스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런 경우에 대비한 국가차원의 응급구조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라다. 그러나 유난히 희생자가 많은 올 겨울에 이 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SDF는 대부분 사회의 도움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강제로 구조차에 태우지는 않으므로 그대로 죽음으로 방치된다. 다른 사람이 알려주지 않으면 어디에서 자는지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전국에 마련된 사회시설의 침대는 강추위 기간에도 계속 남아돌았다. 때문에 이들의 죽음이 사회의 책임이라는 지적은 많지만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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