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옥의 세상읽기]뜨거운 젊음

  • 입력 1997년 1월 24일 18시 06분


방송 일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순간에 날아가버리는 전파에 실리는 글을 쓸 지라도 그것이 단 한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방송은 듣고 보는 사람들이 이끌어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년 4월부터 라디오 「국군의 방송」에서 내보내는 「나의 길 군인의 길」이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되었는데 원고 쓰는 일하고는 또 다른 분야여서 새롭게 와 닿는 부분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은 이나라에 든든한 군인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번은 치러야 할 병역의 의무를 당당히 자랑스럽게 실천해 가고 있는 젊은 아들들이 있는 것이다. 낭만과 자유를 만끽할 나이에, 소위 신세대들이 군대에 와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그저 딱딱하고 획일적인 군생활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장병문예」라는 코너에 그들이 보내 오는 글을 보면 사회의 그 어떤 사람들보다 감성이 풍부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젊은이들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싶은 어머니, 이렇게 어머니 품을 떠나와서야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남자로 태어나 조국과 민족을 지킬 수 있도록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부모님을 향한 사랑과 은혜의 마음을 언제 이렇게 편지로 써 보겠는가. 힘든 훈련을 하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단체생활을 하면서 그들은 철없이 반항하고, 방황했던 날들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가정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사랑, 진실된 동료애를 찾아가는 것이다. 부대 안에 노래방이 있고 아침식사로 햄버거를 먹는 신세대 장병들. 기성세대는 따라하기 조차 힘든 랩 가요를 부르지만 그들은 마음으로 쓴 편지를 부모님께 보낸다. 그 편지를 받아본 부모들도 자식이 고생한다는 안쓰러움이 아니라 이젠 정말 믿음직한 남자로 다시 태어났음을 읽으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가끔은 뒤숭숭한 사회분위기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밤 가슴속에 나라와 겨례를 품고 있을 젊은이들을 생각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나를 버림으로써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그들의 뜨거운 젊음에 푸른 박수를 보낸다. 차 명 옥〈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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