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종칼럼]청와대부터 정리해고를

  • 입력 1997년 1월 17일 20시 19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취임 후 과거 공작정치의 잔재인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없애고 안가(安家)도 때려부숴 주민공원을 만들었다. 잘한 일이다. 문민정부는 정책협의도 민주적으로 하고 여론도 폭넓게 들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최근의 노동법 날치기 파동과 정부의 난국대처 방식을 보면 대통령은 안가보다 더 두꺼운 사람의 벽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참모진들의 「배임」▼ 김대통령은 『머리는 빌릴 수 있다』고 말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남의 머리를 빌리고 있다. 「정치9단」의 그가 외교, 안보에도 전문일 수 없고 경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빌리고 있는 「머리」들이 개정 노동법을 밀실에서 함부로 또 고쳐 최악의 파업사태를 야기하고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빌린 머리들이 제멋대로 튀면서 대통령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을 둘러싼 청와대 참모진의 강온 대립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두 야당의 주장대로 이른바 소수강경파가 「대통령의 귀를 막고 눈을 가려」 대화정치를 차단하고 「국가적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인지, 또는 金光一(김광일)비서실장이 과거 YS를 한때 떠났던 「원죄」에서 못벗어나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청와대내 참모진의 알력과 갈등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는지를 대통령과 그 주변사람들은 과연 깨닫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요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권한이 너무 크고, 대통령의 정책결정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큰데 비해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정책결정을 좌우하는 비서진이나 당정의 기구들을 시스템으로 움직여가기보다는 비선(秘線)점조직으로 상대하여 통합의 효율을 살리지 못하고 공론(公論)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후유증에 따르는 위험부담 역시 스스로 안고 있다. 그래서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역사 바로 세우기」도 좋지만 「청와대 바로 세우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의 당정 참모들은 날치기 작전을 감행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했다. 그 결과로 파업에 따른 엄청난 사회경제적 재난이 초래되었다. 또한 「의회정치가 김영삼」의 빛나는 투쟁경력과 위상에 씻지못할 상처를 입혔다. 이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직무유기와 배임에 해당한다. 대통령은 국가경영능력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나홀로 튀는 머리」들을 물리치고 새머리를 받아들여 심기일전해야 한다. 張學魯(장학로)같은 파렴치범은 잡아넣으면 정리되지만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면서 정책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이들의 독단이나 실수는 판을 새로 짜는 결단없이는 막기 힘들다. ▼총재직 과감히 버려야▼ 개정노동법은 「계속되는 경영의 악화」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비서진은 최근의 노동법 파동에 안이하게 대처해 국민분열상과 갈등상을 방치함으로써 대통령의 국가경영 및 위기대처를 어렵게 하였으므로 위의 개정노동법에 의한 정리해고 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청와대 참모진부터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은 개정노동법 정착을 위한 정부의 솔선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통령 자신도 정리해고 차원에서 신한국당 총재직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은 후계구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차기정권 재창출 같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남은 임기1년간 국가경영에만 전념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정 구 종<출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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