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노동계 파업을 단순한 사회경제적 위기로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파업이 계속될수록 수습은 어려워지고 자칫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매우 크다. 파업초기에는 사회경제적인 분열과 혼란이 걱정스러웠으나 지금은 국가적 위기국면으로까지 사태가 커졌다.
이 큰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야당도 자세를 바꿔야 한다. 한때 대화와 타협을 모색할 듯하던 여당이 다시 강경기조로 돌아선 것은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야당도 대결국면으로만 치닫는 건 옳지 않다. 일이 잘못되면 여당만 곤궁에 빠지는 게 아니다. 야당도 절반의 책임을 못면한다.
국정의 1차적 책임을 진 여당에 문제가 있다면 야당이 앞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옳다. 그런 적극적이며 전향적인 노력도 없이 무작정 여권(與圈)만 몰아붙이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수습책이 될 수 없다.
야당도 이젠 대안(代案)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런 대안제시 없이 날치기 통과법안은 원천무효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대화를 통한 타협은 불가능한 게 아닌가. 파국직전의 현상황을 풀기 위한 최선책이 무엇이고 개정노동법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밝히면서 합리적인 수습방안을 내놓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고 상대측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듯 「영수회담 아니면 장외투쟁」을 외치는 것은 수권을 다짐하는 정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야당은 지난해 노개위에서 여러달 공개적으로 노동관계법 개정방향이 논의될 때도 분명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임시국회에 정부안이 넘어왔을 때도 심의유보만을 주장했을 뿐 개정안의 어떤 부분이 좋고 나쁜지를 국민 앞에 떳떳이 설명하지 못했다. 여당 단독으로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도 재심의(再審議)의 목소리만 높였지 어떤 조항을 어떻게 고치거나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다. 복수노조문제만 해도 자민련은 반대입장을 비쳤으나 국민회의는 침묵하고 있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야당의 이런 태도는 노사양측의 눈치보기, 파업상황 돌아가는 정세보기, 줄타기정치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더욱이 여당쪽에서 야당이 대안만 내면 그를 토대로 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여전히 대안제시를 머뭇거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이 사태를 몰아온 책임이 누구에게 있으며 또 누구의 잘못이 더 큰가 만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만큼 시국이 급박해졌다.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밀리면 진다는 식의 소아병적 대결논리에만 집착하는 정당은 절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치력으로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말로만 주장할 게 아니라 대화복원을 위해서는 우선 조속히 대안부터 제시할 것을 야당측에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