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는 왜 있는가. 자연스런 차량 흐름을 돕고 궁극적으로는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주요 간선도로 곳곳의 신호체계가 잘못돼 오히려 교통체증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불합리한 신호체계를 바로잡아 교통소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텐데도 개선노력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일산신도시와 수색을 잇는 왕복 6차로는 신호체계 하나 잘못으로 만성적인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차량통행이 많은 왕복 6차로와 이용차량이 거의 없는 2차로가 만나는 화전네거리의 신호주기를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퇴근시간에는 수색로를 가득 메운 차량행렬이 1.5㎞나 늘어서고 네거리를 통과하는데만 20∼30분이 걸린다. 매일같이 시민들이 겪어야 할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경제적 손실 또한 엄청나다.
이같은 교통관리체계의 허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교통량과 관계없이 일정시간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네거리의 신호등, 교통량은 아예 무시한채 출퇴근시간만 지나면 무조건 신호가 바뀌는 가변차로, 불필요한 지역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신호등은 오히려 교통소통을 방해하는 장애요인이다. 신호체계의 잘못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이 서울에서만 하루 18억원, 연간 6천5백억원에 이른다는 교통환경연구원의 계산이고보면 당국의 무신경과 무책임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갖가지 교통대책이 나왔다. 교통소통 장애요인 개선책도 수없이 제시되었다. 신호등 연동체계 구축, 횡단보도의 위치조정, 불필요한 신호등 축소, 엉터리 교통표지판 정비, 차량통행방법 개선, 상습 정체지점의 구조개선 등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교통기반시설 확충처럼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교통문제를 풀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 지하철 경전철 도시고속도로의 건설 등 기반시설의 확충에는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며 대중교통개선을 통한 승용차 이용억제라는 교통수요관리대책에도 한계가 있다. 당장 큰 돈이 들지 않고 기술적인 어려움도 없으면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교통신호체계 개선이다.
인공지능 교통체계 구축같은 거창한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설치돼 있는 전자감응식 신호기나 가변차로의 신호체계만이라도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게 급선무다. 불법 주정차, 지하철 등 각종 공사장주변 건설자재와 중장비의 노상방치같은 교통소통장애 요인을 제때 제거해 주는 것도 시급하다. 교통당국의 무책임과 무신경 때문에 교통난이 가중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