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佛TGV 운행사고에 정부 침묵 『희안』

  • 입력 1997년 1월 6일 20시 12분


▼93년8월 정부가 경부고속전철 차종(車種)으로 프랑스의 테제베(TGV)를 선정하자 전문가들은 『운행중 고장시 응급조치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시 그런 지적에 귀기울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TGV는 81년 선보인 후 단 한 건의 인명사고도 안냈다』는 점만 강조됐다. 사고라면 진저리를 치는 우리 국민들은 최고시속 5백15㎞까지 낼 수 있는 이 탄환열차가 방재(防災)장치도 완벽한 것으로 믿고 흡족해 했다 ▼그 TGV가 유럽의 「가벼운 추위」에 얼어붙었다. 지난 3일 새벽 프랑스 남동부지방을 달리던 열차가 허허벌판 위에 갑자기 멈춰섰다. 영하10도 안쪽의 추위였는데도 전선에 성에가 끼어 동력공급이 안됐다는 것이다. 갖가지 조치를 취했으나 기차는 꼼짝도 않아 사고 20시간만에 구식 디젤기관차가 달려와 가까운 역으로 끌고갔다. 찬바람 몰아치는 벌판에 오도가도 못한 채 서있는 세계 최첨단열차, 그 안의 승객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보다 앞서 구랍30일에는 런던발 파리행 TGV가 英佛(영불)해저터널 안에서 고장이 났다. 눈을 맞은 결과 엔진이 멈췄다는 것이다. 이때도 견인동력차가 들어가 「애물덩이」열차와 4백여명의 승객을 어렵게 구출했다. 이러니 유럽보다 훨씬 추운 우리나라에 TGV가 달릴 경우 정말 괜찮을지, 혹 겨울에는 방한복을 입고 타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TGV측은 사고가 『15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예외적인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쉽게 이해가 안간다. 우리 고속철도공단측도 『경부고속철에는 전선 결빙방지장치를 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하지만 현장조사도 않고 그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얘기는 아닌지 모르겠다. 「단군이래 최대의 사업」이라는 경부고속철 차종에 얽힌 사고가 유럽에서 계속 터지는데도 정부가 말 한마디 않는 것은 어딘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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