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실적올리기 「함정단속」『경찰서와서 따져라』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경찰관이 함정단속을 하고 자기 기분대로 범칙금고지서를 발부해도 되는 겁니까』 金后鍾(김후종·34·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1동)씨는 지난 21일 오전10시 10분경 자신의 차를 몰고 출근하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2호선 대림역 밑 도림천길에서 신호위반으로 딱지를 뗐다. 김씨는 빨간불 신호에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 있다가 신호가 바뀌기 직전 오른쪽에 함께 서있던 소나타승용차가 움직이자 뒤따라 차를 몰았다. 그러고서 20여m를 진행했을까. 어디선가 갑자기 교통경찰관이 나타났다. 앞서가던 소나타승용차를 단속한 경관은 김씨에게도 다가와 『신호위반(벌금 6만원 벌점15점)대신 싼 안전벨트미착용(벌금2만원)으로 스티커를 발급해줄테니 면허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왜 숨어서 단속하느냐』고 항의했다. 경찰관은 『연말특별단속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고 대답했다. 김씨가 소속과 이름을 댈 것을 요구하며 계속 따지자 경찰관은 『당신같은 사람은 정식으로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며 신호위반딱지를 뗐다. 경찰관은 또 범칙금고지서의 틀린 주소를 정정해주려고 머뭇거리는 사이 『사인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며 스티커를 빼앗아 「사인거부」라고 적은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김씨는 어처구니가 없어 이날 오후 구로경찰서 민원계에 『왜 실적위주로 단속을 하느냐』고 따지자 『답답하면 직접 와서 이의신청하라』는 퉁명스러운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직장동료로부터 『경찰서에 이의신청 해봤자 귀한 시간만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이의신청은 포기했다. 김씨는 『신호위반을 한 것은 전적으로 인정한다』며 『그러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숨어서 단속을 하고 자기 기분대로 법적용을 달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 「교통질서확립 90일 대책기간」으로 정해져 있어 교통경찰관들이 단속실적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관이 시간을 아끼고 운전자와의 말싸움을 피하기 위해 위반내용보다 약한 범칙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韓正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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