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족 울리는 못된 한국인

  • 입력 1996년 11월 19일 20시 42분


韓中 국교 수립 이후 한국인의 중국여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조선족」 동포들 상당수가 고국의 취업사기 덫에 걸려 전재산을 날리거나 빚더미에 앉아 자살 정신이상 감옥행 가정파탄 등 고통을 겪으며 원한에 쌓여 있다.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 등이 발표한 피해사례를 보면서 동포에게 그렇게까지 몹쓸 짓을 한 사기꾼들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길림 흑룡강 요령 등 동북3성에 사는 동포 2백만명중 직간접 피해를 본 사람이 20%인 40만명에 이른다. 접수된 피해액만 우리 돈으로 3백30억원, 화폐가치기준으로는 무려 1조원이 넘는다.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은 88서울올림픽때 서울의 발전상을 TV에서 보고 한결같이 감격의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다. 북한쪽에 연고를 둔 동포가 대부분이지만 남녘도 고국이라는 생각에 너도나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심지어 중국여행중 병에 걸리자 빚까지 얻어 치료해준 「조선족」의 은혜를 사기로 갚은 짐승보다 못한 한국인도 있다. 사기꾼을 죽이려고 항상 흉기를 갖고 다니는 동포가 있는가 하면 테러단을 조직해 남한사람들에게 보복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니 그들의 심정을 알 만하다. 어느새 백두산 주변지역을 여행할 때 「조선족」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되었다. 동포끼리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인의 몫이다. 검찰은 동포를 울린 50명의 사기꾼 명단과 피해사례, 6백건의 고소장 등을 기초로 철저히 수사해 사기꾼들을 끝까지 찾아내 엄단하기 바란다. 또 관계당국은 가해자가 스스로사기액수를갚지못할 경우 피해보상 방안을 적극 강구, 중국동포들이 조국을 등지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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